높아지는 국경… 끊이지 않는 유럽 난민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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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마케도니아 난민 등록 캠프에서 세르비아 국경으로 향하는 기차에 탑승하려는 난민 가족이 추위로부터 보호하려고 아이를 담요로 둘러싸고 있다. EPA연합뉴스

잔혹한 전쟁을 피해 유럽으로 안식처를 찾아 나선 난민들의 참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내전을 피해 터키를 찾았던 4개월 된 아기가 숨졌고 난민 보트가 전복돼 수십 명이 희생됐다. 유럽도 점점 난민에 대한 방벽을 높이 쌓고 있다. 유럽 각국은 국경 통제를 강화하고 있고 난민 수용에 적극적이던 독일마저 수용하는 난민 수를 줄일 뜻을 밝혔다.

생후 4개월 아이 얼어 죽어
난민 보트 전복 34명 숨져
독일 "입국 난민 줄일 것"
스웨덴·덴마크도 통제 강화


터키 일간 사바흐는 6일(현지 시각) 터키 동남부 바트만 주의 한 천막에서 지내던 4개월 된 시리아 아기 파리스 치드르 알리가 숨졌다고 보도했다. 추위를 견디지 못한 저체온증 때문이다.

숨진 아이의 아버지는 "천막을 난방할 연료를 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살기 위해 시리아에서 도망쳤지만, 이제는 추위와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천막을 난방하지 못하면 세 살짜리 아이도 숨질 것"이라며 도움을 요청했다.

최근 터키에는 폭설로 기온이 크게 떨어졌다. 시리아와 이라크 난민 250여만 명이 전쟁을 피해 터키로 왔는데 공식적인 터키 난민 캠프에는 25만 명 정도만 수용할 수 있다. 나머지는 공원이나 천막 등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매서운 추위로 큰 어려움에 빠졌다.

지난 5일 터키 이즈미르 주 아이발륵 앞바다에선 그리스 섬으로 가려던 난민 보트가 전복돼 34명이 숨졌다. 이들의 사인은 가짜 구명조끼 혹은 저체온증으로 추정된다.

터키 경찰은 지난 4일 이즈미르 주에서 가짜 구명조끼를 제작한 업자를 검거하고 제품 1천260개를 압수했다. 가짜 구명조끼는 값싼 스티로폼으로 만들어져 사람이 바다에 빠졌을 때 구할 수 없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난민들은 진짜보다 값싼 가짜 구명조끼를 구매해 입고 탈출했다가 목숨을 잃었다.

참사가 연이어 터지고 있지만, 유럽 각국은 국경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난민에겐 최악의 소식이다. 유럽은 프랑스 파리 테러로 잔뜩 긴장해 있다. 난민 속에 테러리스트가 섞여 들어올지 몰라서다. 난민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던 스웨덴과 독일도 난민 입국을 제한하려 한다.

독일은 모든 난민 신청자들에 대해 개인 면접제도를 다시 도입했다. 시리아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은 본국으로 송환할 방침이다.

지난 연말 독일 쾰른에서 일어난 중동계 남성들의 여성 집단 성폭력 사건도 난민 수용에 대한 여론을 악화시켰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우리나라로 유입되는 난민 수를 크게 줄이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독일로는 하루 평균 난민 3천200명이 유입되고 있다.

스웨덴은 비상시 말뫼와 덴마크 코펜하겐을 잇는 외레순 다리를 폐쇄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4일 스웨덴은 덴마크 쪽 국경을 폐쇄하고 덴마크에서 들어오는 모든 운송수단의 승객을 상대로 신분증 검사를 했다.

덴마크는 독일 쪽 국경을 통제하고 나섰다. 난민들의 1차 관문인 그리스도 국경 관리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아브라모풀로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위원은 "난민 유입 사태로 유럽 외곽 국경에 대한 통제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밝혔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상설 유럽국경해안경비대 설치를 유럽 각국에 제안한 바 있다.

김종균 기자 kjg11@busan.com·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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