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양다리 공습'에 反IS 공조 균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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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장한 프랑스 군인이 24일(현지 시간) 테러 위협에 대비해 크리스마스 상점이 들어선 파리 샹젤리제 거리를 순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터키와 시리아 국경에서 24일(현지 시간) 터키 전투기가 러시아 전투기를 격추한 것은 꼬일 대로 꼬여 버린 시리아 사태의 복잡성을 보여 주는 사건이다.

시리아 정부군과 여러 반군, 극단주의단체 이슬람국가(IS) 등이 얽혀 피아 구분조차 쉽지 않아진 시리아 전장에 지난 9월 러시아가 가세해 온건 반군과 IS를 상대로'양다리 공습'을 펼치면서 이 같은 사태는 어느 정도 예견돼왔다.

시리아 온건 반군 집중 공습
러 전투기 터키 국경서 격추 
터키·서방과 갈등 양상
오바마 "러시아 측 책임"

이번 사건으로 터키와 러시아, 크게는 서방과 러시아의 갈등이 증폭돼 최근 파리 테러 이후 급물살을 타던 'IS 격퇴'를 위한 국제사회의 군사 공조 움직임에 큰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러시아의 실제 공습 대상이 IS보다는 서방의 지지를 받으며 시리아 정부군과 싸우는 온건 반군에 집중돼 있다는 의혹을 서방이 끊임없이 제기해 왔다.

러시아의 공격 목표 중 시리아 투르크멘족 반군이 포함된 게 이번 전투기 격추 사건의 직접적인 발단이 됐다.

투르크멘족은 터키의 주요 민족인 투르크족과 가까운 종족으로, 투르크멘족을 주축으로 한 반군은 시리아 정부군에 위협적인 반군 중 하나다.

터키 정부는 지난 20일 러시아군이 시리아 북부의 투르크멘족 마을을 공습했다며 러시아에 강력하게 항의했다.

결국 이 같은 경고에도 러시아가 또다시 투르크멘족 반군을 타깃으로 삼자 이를 도발로 여긴 터키가 초강수로 맞대응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격추 사건으로 터키와 러시아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지만 이것이 대규모 무력 충돌로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데이비드 갤브레스 영국 배스대 교수는 일간 인디펜던트에 "러시아와 터키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개입 없이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만 있다면 러시아는 이미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전쟁 상황을 악화시키기보다는 앞으로 좀 더 신중하게 비행하는 것으로 마무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파리 테러 이후 속도를 내던 국제사회의 '테러와의 전쟁' 공조 노력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주춤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

터키의 러시아기 격추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등 뒤에 칼을 맞은 격"이라고 강한 어조로 반발하며 러시아 전투기가 IS 격퇴를 위한 작전을 수행 중이었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반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후 "러시아 전투기가 터키의 지지를 받는 온건 반군을 추격하다가 터키 국경을 가깝게 날아 이런 문제가 지속적으로 생기고 있다"며 "만일 러시아가 IS를 공습한다면 이런 실수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러시아 측에 책임을 돌렸다.

'테러와의 전쟁'을 기치로 뭉치려던 국제사회의 '반(反) IS 동맹'이 동력을 잃고, 난민과 테러의 근원인 시리아 사태의 해법 마련도 요원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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