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민주화까진 아직 머나먼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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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의 역사적인 11.8 총선에서 전체 의석의 3분의 1이 개표 완료된 가운데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야당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무려 90% 이상의 의석을 싹쓸이하며 압승을 예고했다.

그러나 야당이 집권하더라도 치안권, 사법권, 안보 등을 장악하고 있는 군부의 영향력은 건재할 것으로 예상돼 미얀마가 민주사회에 진입할 것이라고 예단하기에는 이른 것으로 전망됐다.

치안·사법권 등 군부 장악
수치 여사 NLD가 집권해도
민주사회 진입 예단 일러
선거 결과 왜곡 우려도 팽배

10일 외신들에 따르면 NLD는 미얀마 전체 14개 주 가운데 4개 주의 상·하원 의석 164석 중 154석(93.9%)을 휩쓸었다. 현재까지 발표된 상원의원 선거결과로는 NLD가 100% 이긴 셈이다.

현재 선출직 상·하원 총 498석 중 164석(33%)의 개표가 완료됐으며, 이런 추세는 나머지 10개 주 개표에서도 비슷하게 이어질 것으로 AP통신은 내다봤다.

따라서 NLD는 단독 집권의 마지노선인 67% 이상의 선출직 의석을 확보해 53년 만의 군부독재 종식에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그런데 군부는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상하원에서 25%의 의석을 헌법에 의해 할당받기 때문에, 헌법 개정, 주요 정책 입법 등에서는 거부권을 확보하게 돼 사실상 영향력은 잃지 않게 된다.

미얀마에서는 헌법 개정 등에 대해서는 상하원 정원의 4분의 3(약 75%)의 동의를 얻게 돼 있다. 이는 군부가 최악의 상황에도 국정에 대한 영향력을 잃지 않으려고 사전에 이런 장치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군부는 또 내무, 국방, 국경경비 장관 임명권도 확보하고 있다. 행정부는 대통령 산하지만 이들 3개 핵심 부처 장관은 군 최고사령관이 임명하며, 내무 장관은 정부의 행정 사항 전반에 광범위하게 간여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군 최고 사령관은 최대의 정치 실세 중 한 사람으로 통하며, 군부 출신 의원들은 표결 등 의회 안에서 의사 결정할 때 거의 전원이 최고 사령관의 지시를 따른다.

NLD가 의회 다수를 차지하더라도 여전히 군부가 막강한 권한을 보장받는 점은 민주화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소다.

미얀마 국민은 군부나 정부가 부재자 투표 조작 등을 통해 선거 결과를 왜곡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군부는 1990년 총선에서 NLD가 80% 이상의 지지율로 압승하자, 부정 선거라며 선거 결과를 무효화한 바 있다.

NLD 대변인은 이날 수치 여사의 자택에서 회의를 마친 뒤 "선관위가 고의로 총선 결과 발표를 지연하고 있다. 아마도 속임수를 쓰려고 하는 것 같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그는 "선관위가 결과를 찔끔찔끔 발표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그래서는 안 된다"며 "선관위가 (결과를) 왜곡하려고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아웅산 수치 여사는 이날 총선 이후 영국 BBC 방송과의 첫 인터뷰에서 대통령 선출과 관련해"(대통령감으로) 누군가를 찾겠지만, 내가 집권당의 지도자로서 모든 결정을 하는 것을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부가 2008년 외국인을 배우자로 두거나 외국 국적의 자녀를 둔 사람은 대통령이 될 수 없도록 헌법을 개정하면서, 영국인과 결혼해 영국 국적 아들 2명을 둔 수치 여사는 조속한 개헌이 이뤄지지 않으면 대선 출마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김은영 기자·일부 연합뉴스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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