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총선 대이변, 안보 불안에 집권당 압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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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가 극심한 혼란 속에 지난 1일(현지 시간) 치른 조기 총선에서 대이변이 일어났다.

13년간 집권한 정의개발당(AKP)이 지난 6월 총선에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해 다시 실시한 이날 선거에서 AKP는 예상 밖의 압승을 거둬 단독 정권을 출범하게 됐다.

과반 실패한 13년 집권 여당
5개월 만에 조기총선 승부수
예상 뒤엎고 의석 57% 차지

쿠르드 반군 유혈사태 등
극심한 혼란에 안정 선택


터키 관영 아나돌루 통신 등에 따르면 개표율 98% 기준으로 AKP 득표율은 49.35%를 기록했다. AKP는 이 득표율로 전체 의석(550석)의 57%인 316석을 차지해 단독으로 내각을 구성할 수 있다. 이어 공화인민당(CHP) 25.4%, 민족주의행동당(MHP) 11.9%, 인민민주당(HDP) 10.6%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5개월 만에 전혀 다른 결과를 낳은 주요 원인은 쿠르드족 반군인 '쿠르드노동자당'(PKK) 유혈사태 등 안보 불안으로 풀이된다.

유권자들은 권력의 견제와 균형이나 언론자유 등 민주주의 가치보다 안정적 정부를 택했다.

지난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쿠르드계 정당인 인민민주당(HDP)은 득표율이 3%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다만 동트(D'Hondt) 방식으로 의석을 배분함에 따라 오히려 의석수 기준 순위는 올라 제 2야당으로 도약했다.

이번 총선의 최대 승자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으로 평가된다.

지난 총선의 최대 패배자였던 에르도안 대통령은 야당과 언론의 줄기찬 비난에도 연립 정권에 반대하는 뜻을 굽히지 않고 조기총선을 강행하는 승부수를 던져 대성공을 거뒀다.

대통령제 개헌을 역설해온 그는 지난 8월 AKP가 연정 협상에 모두 실패하자 2위 정당인 CHP에 내각 구성 권한을 위임하지 않고 조기총선을 결정했다.

AKP를 탈당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6월 총선을 앞두고 당대표인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총리보다 선거 유세에 앞장섰다.

당시 그는 대통령제 개헌을 위해 AKP가 330석 이상을 얻어야 한다며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해 논란을 빚었다.

터키는 2007년 AKP가 추진한 대선 직선제 도입 등의 헌법 개정안을 국민투표에 부쳐 67%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이 개헌으로 대통령의 임기는 5년 연임으로 바뀌었으며 국회소집권과 법령재심요구권, 헌법개정제안권, 국회 결정 개헌안의 국민투표회부권, 내각회의와 국가안보회의 주재권 등의 권한이 주어졌지만 총리가 정부를 이끄는 내각제는 바꾸지 않았다.

다만, 의회의 개헌 국민투표 발의는 의원 330명의 찬성을 받아야 한다. AKP는 이번 총선에서 316석을 얻어 단독으로 개헌 국민투표를 통과시킬 수는 없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의 대통령제 전환 의지도 꺾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다부토울루 총리가 이번 총선을 압승으로 이끌어 명실상부한 AKP 대표가 됐다는 점에서 에르도안 대통령과 갈등을 빚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다부토울루 총리는 외무장관이던 지난해 에르도안 대통령이 대선에 출마하면서 당대표와 총리직을 물려줘 선거를 통해 국민이 선출한 첫 지도자가 되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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