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발상지 英 의회, 中 주석 연설에 박수 아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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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버킹엄궁의 시진핑((가운데) 중국 국가주석 환영 국빈 만찬에서, 엘리자베스 2세(오른쪽) 여왕과 케이트 미들턴(왼쪽) 왕세손비가 시 주석의 답사를 듣고 있다. 시 주석의 영국 국빈방문 기간 양국은 300억 파운드(약 54조 원)를 넘는 교역 및 투자에 관한 협력에 서명하기로 했다고 영국 BBC 방송이 이날 보도했다. APA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0일(현지 시간) 오후 중국 국가주석으로는 첫 영국 의회 연설을 하고 자신의 방문이 양국 관계를 "새로운 고도"로 끌어올릴 것이라는 바람을 피력했다.

시진핑 '역사적 11분 연설'
하원의장 소개 때부터 어색
"우호 증진" 거듭 강조에도
박수 갈채 없어 분위기 냉랭

달라이라마와 친분 찰스 부부
왕실 국빈만찬 불참 해석 분분


영국 국빈 방문 첫날인 이날 시 주석은 영국 의사당 웨스트민스터의 로열 갤러리에서 중국어로 한 연설에서 "양국이 유라시아 대륙의 양쪽 반대편에 있지만, 오랜 공동의 깊은 상호 애정을 갖고 있다"며 양국 간 우호를 언급했다. 그는 19세기 아편전쟁과 냉전시대 등 영국과 중국이 대립했던 역사를 의식해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희곡 '템페스트'에 나오는 "과거는 서막에 불과하다"라는 문구를 인용하기도 했다.

그는 또 영국이 중국 이외 지역에서 위안화 거래가 가장 많은 곳이고 유럽연합(EU) 국가 가운데 중국인 유학생이 가장 많은 곳이라는 점 등을 나열한 뒤 "양국이 더욱 상호의존적이고, 공동의 이해를 지닌 사회가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중국 인권에 대한 비난을 염두에 둔 듯, 중국이 법치를 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시 주석의 영국 의회 연설은 시작부터 어색했다.

존 버커우 하원의장이 연설에 앞서 시 주석을 소개하면서 이곳이 미얀마의 아웅산 수치 여사가 연설한 곳이라며, 수치 여사를 가리켜 '노벨평화상 수상자' '민주주의의 대변인' '인권의 상징' 등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어 "중국이 단순히 세계에서 강한 국가만이 아니라 세계적 도덕적 영감을 주는 나라가 되기를 바라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의 의회 연설은 그렇게 11분 만에 끝났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 주석의 연설은 단조로울 정도로 간결하고 논란의 여지가 없었다"고 평가했다. 영국의 한 외교 관계자는 FT에 "(시 주석의 연설은) 완벽했다. 의미있는 내용이 아무 것도 없었다"고 비꼬기도 했다.

시 주석이 역사적 사례 등을 거론하며 양국의 우호를 증진하자고 거듭 강조했지만 연설 도중 한 차례도 박수 갈채가 터지지 않았고, 연설 후 의원들이 기립박수를 하는 장면도 연출되지 않았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연설 도중 동시통역기를 착용하지 않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를 두고 "총리가 벼락치기로 중국어를 공부했나"라고 꼬집기도 했다.

한편 이날 밤 버킹엄궁에서 열린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주최한 국빈 만찬은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비 등 170여 명이 참석해 이날 오전의 왕실 '황금 마차'를 동원한 극진한 환대의 연장선상으로 진행됐지만 찰스 왕세자 부부가 불참했다.

이와 관련, 영국 미디어와 뉴욕타임스(NYT) 등은 찰스 왕세자가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라마와 친분이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중국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는 21일 '(양국 간) 불협화음'의 재료를 찾아 '비딱한' 소리를 내려는 서방 매체들이 찰스 왕세자를 포착해 그가 환영 만찬에 포함돼 있지 않다는 점을 중국에 대한 '우회적 항의'로 해석했다며 "이는 근거 없는 가십"이라고 일축했다. 이 신문은 "찰스 왕세자 부부는 (시 주석이 런던에 도착한 다음 날) 아침 일찍 시 주석이 묵은 호텔로 찾았고 (시 주석 환영 행사인) 왕가 기병대 열병식과 비공식환영 오찬에도 참석했다"고 주장했다.

김은영 기자·일부 연합뉴스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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