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평화 시위대 폭탄테러 128명 사망… 전국서 규탄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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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터키 앙카라 기차역 광장 앞에서 발생한 자살 폭탄 테러로 부상한 여인이 도움을 요청하며 울부짖고 있다. EPA연합뉴스

사상 최악의 테러로 터키 전역이 비탄과 분노에 휩싸였다. 이번 테러가 평화를 외친 민간인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터키인들은 큰 충격을 받고 있다.

반정부 단체 집회 도중 발생
수십 명 중태 사망자 늘 듯
테러 배후 불분명 혼란 가중
총리 "IS 등 테러조직 소행"
쿠르드계 "대통령 물러나라"

쿠르드계 정당 인민민주당(HDP)는 10일(현지 시각) 터키 앙카라 중심지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 2건으로 사망자가 128명으로 늘었다고 11일 밝혔다. 앞서 터키 정부는 사망자 95명에 245명이 부상했고 이 중 48명은 중태라고 발표했다.

이번 테러는 터키 노동조합연맹 등 반정부 성향 단체와 쿠르드계 정당인 인민민주당(HDP) 지지자 등 친쿠르드계 단체가 집회를 열기 위해 집결한 앙카라 기차역 광장 앞에서 발생했다. 이들은 터키 정부의 쿠르드족 반군 쿠르드노동자당(PKK) 공격을 비판하고 PKK와 유혈충돌 중단을 촉구하는 평화 시위를 벌일 예정이었다.

테러 발생 이후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터키 총리는 긴급안보회의를 연 뒤 "이번 테러는 터키 역사상 가장 고통스러운 사건"이라며 극악무도한 공격을 비난했다. 다부토울루 총리는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사흘 동안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테러의 표적이 된 쿠르드계 정당인 인민민주당(HDP)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공식 계정의 당기를 검은색으로 바꿔 조의를 표했다.

HDP는 이날 폭탄 2개가 터진 곳은 시위대 가운데 HDP 지지자들이 모였던 곳이라며 HDP를 겨냥한 테러라고 밝혔다. HDP는 이날 테러 직후 구급차보다 진압경찰이 먼저 현장에 도착해 부상자를 옮기려는 사람들을 폭행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터키 주요 도시에서는 토요일 오전 전해진 참사 소식에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테러 규탄 시위를 벌였다.

일부 시위대는 이번 테러가 에르도안 대통령과 정의개발당(AKP) 정부의 책임이라고 비난했다. 최대 도시인 이스탄불의 도심 탁심 광장 인근에서도 수백 명이 모여 "에르도안 사퇴", "살인자 AKP" 같은 구호를 외쳤다.

앙카라 기차역 광장 앞에서 평화 시위를 준비하던 시민들 사이에서 폭탄 테러가 일어나는 장면.
쿠르드족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도시인 디야르바크르에서도 이날 낮부터 청년들이 거리로 나와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SNS에서는 테러 현장 사진과 영상 등을 공유하고 테러를 비난했다. 조의를 표하는 글도 쏟아졌다.

하지만 터키 정부는 이런 사진과 영상이 공포감을 조성한다며 보도를 금지하고 SNS의 게시물 접속을 차단했다. 이에 따라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의 접속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테러 이후 터키에서는 테러 배후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수니파 무장조직인 이슬람국가(IS)와 PKK, 극좌 성향인 혁명민족해방전선 등 테러조직이 용의자"라고 말했다. 자살폭탄 방식으로 공격한 점이 이들 조직의 테러 양상과 유사해서다.

이날 테러는 지난 7월 수루츠에서 IS 조직원으로 알려진 터키인이 저지른 방식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IS 연루 가능성이 있다. IS는 시리아에서 쿠르드족 민병대인 인민수비대(YPG)와 격렬하게 충돌하고 있다.

최근 활동이 많은 혁명민족해방전선이 테러를 일으켰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조직은 좌파 성향의 이날 시위대와는 다르지만, 극좌 노선이므로 범행 동기가 설명되지 않는다. 인민민주당의 자작극설과 PKK가 최근 군이 공격을 중단하지 않으면 대도시에서 테러를 저지르겠다고 협박했다는 주장 등 여러 음모론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이번 테러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과 애도도 이어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하고 미국 국민은 테러리즘에 대항하는 터키 국민과 연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위로의 전문을 보냈다.

 김종균 기자·일부 연합뉴스 kjg1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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