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 달래는 '현대판 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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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함을 들고 영업에 여념이 없거나(아래 사진 왼쪽) 영업에 지쳐 잠시 쉬는 샐러忍맨. 다구치 씨는 샐러리맨들의 일상을 풍자한 '샐러忍맨'을 페이스북에 올려 인기를 끌고 있다.

'종신고용', '연공서열'. 예전에는 월급쟁이들에게 당연했던 단어들이다. 그러나 현대의 직장인들 앞엔 '목표달성', '경비삭감'이라는 혹독한 현실이 도사리고 있다. 성과주의에 내몰려 하루하루를 힘겹게 보내고 있는 일본의 직장인들 앞에 현대판 '닌자(忍者)'가 나타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본 후쿠오카 시의 IT기업에 근무하는 다구치 겐타로(40) 씨는 페이스북에 샐러리맨의 일상을 풍자한 '샐러忍(인)맨'을 올려 눈길을 끈다.

후쿠오카 직장인 다구치 겐타로씨 
닌자 두건 쓰고 도심 활보 
2년째 '샐러忍맨' 디너파티도 기획
"지친 아버지들 응원하고 싶었다"

다구치 씨가 닌자에 관심을 가진 것은 지난해 4월부터. 가족과 함께 방문한 닌자 테마파크 '히젠유메카이도(肥前夢街道)에서 화려한 닌자 쇼를 보다 불황에 짓눌린 사람들에게도 즐거운 일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가족을 위해 상사와 고객 앞에서 굽실거려야 하는 아버지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 스스로 도시 속에 숨어든 닌자가 된 것이다.

그는 '열심히 영업에 뛰어들었지만 잘 되지 않은 날, 놀이터에 가득한 비둘기들만 위로를 주는구나' 등 샐러리맨의 애환을 담은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양복 위에 직접 구입한 푸른색 닌자 두건을 쓰고 찍은 사진도 올렸다. 글 뿐만 아니라 사진에도 뜨거운 반응이 쏟아졌다. 일본 국내뿐만 아니라 멀리 영국 등지에서도 '재미있다', '공감한다'는 댓글이 속속 이어졌다. 온라인 상의 호응은 오프라인으로도 이어졌다. 그는 지난해 연말에 이어 오는 2월 두번째 '샐러忍맨' 디너파티를 기획하고 있다.

현재 '후쿠오카쿠탄'이라는 쿠폰사이트 영업부에서 일하고 있는 다구치 씨에게 '샐러忍맨'은 또 하나의 분신이다. 그는 "두건을 쓰는 순간 보통의 나에게 없던 용기가 난다"며 "'샐러忍맨' 명함을 함께 내밀면 영업도 더 순조롭게 풀리는 것 같다"고 했다. 힘들지만 열심히 뛰는 도시 속 닌자의 이미지가 현실 속 그에게도 신뢰를 더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다구치 씨는 '샐러忍맨'을 통해 경쟁에 지쳐가는 샐러리맨들에게 '힘들지만 우리 같이 열심히 해보자'는 응원의 말을 전하고 싶어한다. "능력과 성과가 강조되면서 현대의 일본인들은 인정과 의리를 잃어가는 것 같다. 한국을 비롯해 세계의 샐러리맨들이 '나도 힘을 내보자'고 생각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 다구치 씨가 도심 가득한 사람들 사이로 사라지며 남긴 말이다. http://www.facebook.com/taguchi.kentarou. 일본 후쿠오카=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타구치 씨가 만든 샐러忍맨 패션 매거진 `맨즈킨(남자의 두건)` 의 표지.
영업을 하고 회사로 돌아오는 길, 지친 샐러忍맨이 버스 뒷좌석에서 졸고 있다.
도시 속에 숨은 닌자. 두건을 쓴 샐러忍맨이 후쿠오카 도심에 서있는 모습.
공원 내 연못에서 여유를 가지는 샐러忍맨. 연못가에 홀로 서있는 오리와 같은 신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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