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열전] 제3회 바이링배 세계바둑선수권16강전-고분고분한 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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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환(9단·한국) ● 구리(9단·중국)

박정환이 백 24로 한껏 벌렸을 때 구리는 흑 25로 날일 자로 두어 간다. 역시 흑 '가'로 붙이는 진행은 백 '나'로 갈라올 때가 성가시다는 얘기.

백 26으로 누르는 것은 당연한데, 이때 흑 27로 한발 물러서서 참아두는 구리. 흑 '가'로 중앙을 나오는 수와 '나'로 넘어가는 수를 맞보고 있다. 

여기서 박정환은 고심한다. 상대가 넘어가는 것도 싫고 중앙을 나오는 것도 싫다. 일단 백 '다'로 막는 수는 유력해 보인다. 그러나 박정환은 멋들어진 한 수가 나온다.

백 28은 예상치 못한 한 수. 붙여서 흐름을 구하는 것은 구리가 즐기는 수법인데, 자신이 좋아하는 수법을 역으로 당하는 기분은 어떨까. 어쨌든 박정환으로서는 고도의 응수타진이다. 흑 29는 당연한 반발이며 백 30도 억지 같지만 이렇게 눌러 놓아야 한다. 흑 31에 대해서는 백 32로 하나 밀어 두고서 34로 젖혔다.

그런데 여기서 구리는 흑 35로 꾹꾹 눌러 두고 있다. 아무리 전투에 능한 구리라고 해도 참을 때는 참아야 하는 법이다. <참고도> 흑 1, 3으로 뿌리를 끊고 꽉 5로 이어 두는 전투도 고려해 볼 수 있는데, 사실 실전과 비교해서 어떤 것이 이득인지는 판단이 어렵다. 분명한 것은 복잡하게 만든다고 해서 능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진재호 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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