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도시' 부산의 미래, 63층 건물이 아니라 네트워크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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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글로벌금융포럼의 청사진은?

부산글로벌금융포럼의 결성을 앞두고 금융허브의 밑그림을 어떻게 그릴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사진은 문현금융단지내 부산국제금융센터 외벽이 파란 하늘과 어우러진 모습. 부산일보DB

부산 국제금융센터(BIFC)가 들어선 부산 남구 문현동 문현금융단지는 섬이다.

밤에는 동서고가도로와 부산항대교, 남항대교, 광안대교의 황홀한 네온사인이 감싼다.

하지만, 대낮에는 63층 BIFC 건물만 휑뎅그렁하다. 부산은행과 한국은행 부산본부, 기술보증기금 사옥만 덩그러니 서 있을 뿐이다.

금융중심지 육성 주도할
민간 포럼과 워킹그룹 절실
런던의 'TheCityUK' 롤모델

해외 금융기업 유치 위해
해양조선금융 분야 특화해야


지난 12월 부산으로 옮겨온 2천여 명의 금융공기업 직원들은 동천의 썩은 냄새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과연 '부산시와 중앙정부는 이곳을 금융중심지로 만들 생각을 갖고 있을까'가 그들의 머리를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

부산글로벌금융포럼 출범을 앞두고 8일 가진 특별인터뷰에서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건물은 들어섰고, 금융공기업은 이전을 완료했다"면서 "이제 부산은 소프트웨어 인프라와 네트워크 육성, 장기적인 안목에서 마스터플랜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지금부터 포럼을 통해서 '부산 금융 중심지 밑그림을 제대로 그리자'는 이야기다. '그 밑그림에 따라 제대로 된 액션 플랜을 짜자'는 제안이다.

부산글로벌금융포럼은 부산을 국제적인 금융중심지로 키우기 위해 부산 본사 금융기업과 정치권, 학계, 부산시, 재계, 언론, 시민사회단체 등이 모두 참여했다.

포럼은 앞으로 △국제금융 도시 리더 역할 △공공금융기관 부산화 △해양종합금융 활성화 △금융 일자리 창출과 산학협력 등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제시하고자 한다.

중요한 것은 밑그림과 네트워크다.

초창기부터 금융중심지 육성 업무에 관여한 부산발전연구원 이종필 박사는 "지금 지역사회와 정치권, 지방정부, 기업, 시민사회단체, 학계를 아우를 수 있는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면서 "금융중심지 발전에 대한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을 세우는 것이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유재훈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은 "부산이 금융허브로서 실질적인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특화된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부산만의 차별화된 마스터플랜 필요성을 주창했다.

유 사장은 "부산이 유럽 위안화채권시장 1위, 외국펀드 설정·운용 세계 1위, 국제예탁결제회사(ICSD) 본사 소재지인 룩셈부르크의 전략을 밑그림에 넣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밑그림을 채워나갈 소프트웨어도 중요하다.

첫 번째가 고객이다. 해외 금융기업 유치를 위해서는 자금 수요와 공급 시장이 형성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부산에 묶어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특히 한국 해양조선금융의 95%를 담당하는 부산 해양금융종합센터를 기반으로 금융중심지 역할을 키워야 한다.

두 번째가 사람이다. 유능한 금융전문가가 포진해야 금융기관이 안심하고 회사를 설립할 수 있다.

세 번째가 집적효과(클러스터링)다. 금융보험, 컨설팅, 법률 서비스 기능이 부산에 모여야 한다. 그래야 효율적으로 자금거래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포럼)에서 길을 터 놓으면 그 좋은 방향으로 가면 된다"는 국제금융센터 황삼진 센터장은 부산글로벌금융포럼의 모델로 영국 런던의 금융도시 추진 민간 협의체인 'TheCityUK'를 제시했다.

황 센터장은 "포럼은 민관거버넌스 체제로 발전시키고, 참여기관의 성격에 따라 분야별로 워킹그룹을 만들어서 로드맵을 그리고, 중앙정부와 정치권에 이를 관철시키는 조직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부산글로벌금융포럼의 갈 길이 험난하다. 그래서 모두가 함께 가려고 한다. 포럼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그래야 부산이 성공하기 때문이다. 이병철 기자 pet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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