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 동물 자진신고제, 멸종위기종 밀반입 키운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속보=환경부가 애견숍 사육을 방조한 멸종위기종 흰손긴팔원숭이(본보 지난 11일 자 8면 보도)와 비슷한 사례가 부산·경남에 500건 이상이 더 있는 것으로 본보 취재 결과 확인됐다.

자진신고만 하면 희귀 동물을 키울 수 있다는 비아냥과 함께, 희귀 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자진신고제도가 오히려 멸종위기동물 불법 거래에 대한 면죄부를 준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난해 8~10월 밀반입 신고
부산·경남 생물 522건 중
환경부 몰수 한 건도 없어

보호 시설 부족 탓 방치
"정부가 불법 면죄부" 비판도


12일 환경부 산하 낙동강환경유역청(이하 환경유역청)에 따르면 지난해 8~10월 허가나 신고를 받지 않고 수입·유통된 야생생물의 자진 신고를 받은 결과, 모두 522건이 접수됐다.

이들 종은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서 규정한 부속서 1·2급의 멸종위기종이다.

신고된 동식물 중 1급 멸종위기종은 29종, 2급 멸종위기종이 494종이었다. 1급 멸종위기종으로는 붉은이마앵무, 아시아아로와나, 흰손긴팔원숭이 등이 있었다. 2급 멸종위기종으로는 수리부엉이, 왕뱀, 이구아나, 장군 전갈 등이 신고됐다. 대부분 개인이 키웠다.

전국적으로는 모두 2659건의 불법 보관·사육 행위가 환경부에 신고됐다. 자진신고하지 않은 경우도 고려하면 민간에서 불법 보유하고 있는 동물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자진 신고한 이들에게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면제된다.

이처럼 부산·울산·경남 지역에만 522건이 접수됐지만 환경부가 실제 몰수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 1급 멸종위기종과, 2·3급 종 가운데 앵무새를 제외한 조류·포유류는 자진 신고 여부에 상관 없이 몰수해야 한다.

하지만 환경부는 별도의 보호시설이 없다는 이유로 이 같은 현실을 방치하고 있다. 보호 시설을 향후 5년 안에 확충할 계획도 없는 실정이다. 결국, 자진신고 제도가 밀반입 야생동물 사육의 면죄부가 되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자진신고 제도가 밀수 등을 부추긴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밀반입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자진신고 기간 전에 밀반입해 자진신고를 해 떳떳하게 희귀종을 키우자는 말까지 나온다.

이에 대해 낙동강환경유역청 관계자는 "보호시설이 생길 때까지 몰수하지 않고 계속 키우게 하는 '유예기간'을 주는 것이 환경부가 이 사안을 내버려두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유예기간 동안 환경부 등에서 따로 사육 상태를 관리하는지 묻자 이 관계자는 "앞으로 관리·감독하겠다"고 해명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