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광장] 일제 상징 욱일기, 방콕 시내 점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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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카오산 로드에서 욱일기가 새겨진 티셔츠를 팔고 있다. 김승수 시민기자

세계적 관광지인 태국 방콕의 거리에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 '욱일기'가 활개 치고 있다.

해외 관광객이 몰려드는 방콕 시내 중심가는 물론 대형 쇼핑몰 안의 작은 마트에서도 욱일기가 눈에 띄었다. 생애 처음으로 여권을 만들고 해외여행에 나섰다.그런데 첫 해외 여행지에서 가장 싫어하는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과 맞닥뜨리다니.

어릴 때부터 독립투사에 대한 책이나 독립운동과 관련한 책을 봐서 그런지 평소 일본이라는 나라가 그렇게 좋게 느껴지진 않았다. 특히 최근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시각을 보면서 화가 치밀기도 했다.

해외에서 온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곳 중의 하나라는 카오산 로드에 갔다. 도착하자마자 충격이었다. 가게 곳곳에서 욱일기가 새겨진 옷을 팔고 있었다.

가게 주인에게 물었다. "도대체 이 티셔츠는 뭐냐?"고. 주인은 말했다. "이것은 일본 셔츠입니다(Just japan T-shirts)"라고. 주인은 이 문양이 가지는 의미를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욱일기는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까지 국기로 사용했다. 이 문양은 침략전쟁을 일으킨 일본의 군국주의를 상징한다. 주인이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기에 어이가 없었다. '한국인들이 영어 문장이 쓰여진 옷을 아무런 생각 없이 입는 것처럼 여기서 옷을 파는 사람들도 그럴까'라고 이해해 보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방콕은 온통 일본에 빠져 있는 듯했다. 거리를 활주하는 자동차는 대부분 일본에서 만든 자동차였다. 곳곳에 있는 편의점도 온통 일본 계통이었다. 식당 또한 일본식 요리를 하는 식당이 많았다. 심지어 식당 앞에도 욱일기를 걸어놓고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었다.

태국의 유명한 쇼핑몰 '터미널21'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욱일기에 대한 거부감을 느낀다고 일본을 무조건 싫어하자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들이 침략 만행을 저질렀을 당시에 사용했던 군국주의의 상징을 이렇게 자연스럽게 사용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 일본의 제국주의 야욕에 희생된 동아시아의 수많은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타이에서 만난 한 중국인은 "중국과 한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각국을 희생양으로 만들었던 일본 제국주의의 욱일기는 결코 관광 상품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욱일기가 비록 방콕 거리를 점령했지만, 일본도 세계인과 미래를 함께하기 위해서는 독일이 나치 지배를 진심으로 반성했던 것처럼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잘못에 대한 반성을 해야 한다는 게 아시아인 대다수의 마음이다.


김승수
시민기자

경성대
신문방송학과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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