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박종우, 런던올림픽 축구 '독도 세리머니' 그 1년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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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월드컵 땐 마음속으로 플래카드 흔들겠습니다"

지난해 런던올림픽 축구 한일 전에서 '독도 세리머니'를 펼친 이유로 징계를 받은 부산 아이파크 박종우(24). '독도 세리머니'이후 1년이 지난 그는 '또 다른 세리머니'를 준비하고 있다.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 전 세계에 한국을 제대로 알리겠다고 했다. 김병집 기자 bjk@

2012년 8월 11일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한·일전 때의 한 장면이 국민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했다. 바로 박종우(24·부산 아이파크)의 '독도 세리머니'였다. 박종우는 당시 한국팀이 일본을 격파하고 한국축구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확보하게 되자 관중이 건네준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그라운드를 누볐다.

그 장면은 외신을 타고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이를 본 국민들은 일본을 꺾었다는 통쾌함과 함께 가슴 뭉클함을 느꼈다.

지난해 사건 후 마음고생 심해
페루전 불참이 오히려 자극제
영국 프리미어리그 진출이 꿈
내년엔 홍명보號에 재합류해
월드컵 좋은 성적 일조하고싶어


하지만 박종우는 '독도 세리머니'로 마음 고생을 겪어야 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제재로 동메달 시상식 때 참석하지 못했다. 이후 동메달은 받았지만 A매치 2경기 출장 정지와 3천500스위스 프랑(약 410만 원)의 벌금을 물었다.

2012 런던 올림픽 축구 3~4위전에서 한국팀이 숙적 일본을 이겨 동메달을 확보하자 박종우가 '독도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독도 세리머니' 1년 후=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광복절인 지난 15일 오후 부산 강서체육공원 내 프로축구 부산 아이파크 클럽하우스에서 박종우를 만났다. 밝은 표정이었다. 하루 전날인 지난 14일 월드컵대표팀의 페루와의 평가전 때 홍명보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해 아쉬웠을 터인데….

박종우는 홍 감독이 월드컵 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뒤 매번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하지만 이번 페루와의 평가전 때는 이름이 빠졌다.

박종우는 "페루전 때 대표팀에 발탁되지 못한 게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동안 나도 모르게 나태해진 모습을 깨닫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런던올림픽 이후 박종우에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생애 처음으로 국가대표팀에 발탁됐다. 박종우는 런던올림픽전까지 국가대표팀에서 뛴 적이 없었다. 하지만 올림픽 이후 그는 수시로 국가대표 팀에 발탁돼 2014브라질월드컵 예선전을 치렀다. 올림픽 때 보여 준 투지 넘치는 경기력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런던올림픽에 출전하기 전 "올림픽을 도약의 발판으로 삼겠다"고 밝힌 다짐이 현실로 이뤄진 것이다.

지난 5월에는 결혼도 했다. 다음 달 중순께는 예쁜 딸아이의 아빠가 된다. 그는 "어린 나이에 결혼해서인지 아직 가장으로서의 느낌은 크게 없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날 것을 생각하니 기쁘고, 큰 힘이 된다"면서 "올림픽은 나의 인생에 큰 전환점이었다"고 말했다.

■홍명보의 아이들=박종우는 '홍명보의 아이들'에 속한다. 한국축구 사상 올림픽에서 첫 메달을 따낸 주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고 했다. "홍 감독님은 냉정하고 추진력이 강한 분입니다. 조금이라도 나태한 모습을 보이는 선수들은 절대 곁에 두지 않습니다."

박종우는 홍 감독에 대해 배려심이 남다른 감독이라고 전했다. 그는 "워낙 카리스마가 강한 분이어서 선수들에게는 너그럽게 잘 대해 준다. 특히 경기에 뛰지 못한 선수들도 잘 챙겨 주신다"면서 "그러나 선수 개인적인 실수는 용서를 해도 팀에 어긋난 행동을 한 선수는 용납하지 않는다"고 했다.

박종우는 '뛰는 축구'를 강조했다. 대표팀과 소속팀과의 역할이 달라 다소 고민했지만 이제는 어떻게 경기를 해야 하는지 알 것 같다는 것이다. 그는 "동아시안컵을 통해 나태해진 모습을 발견했다. 죽기 살기로 뛰던 올림픽 때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박종우는 홍명보호의 첫 승과 골 결정력 부재에 대해서는 다른 시각에서 봐 주기를 원했다. 그는 "첫 승을 못 한 것과 골 결정력 부족은 사실이지만 짧은 훈련기간 탄탄한 수비력과 조직력을 갖춘 대표팀을 보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골이 터지지 않는다고 아쉬워말고 시간을 두고 지켜봐 주시면 반드시 좋은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 번의 '독도 세리머니'=런던올림픽 한·일전 때와 같은 상황이 온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물음에 박종우는 "마음으로는 플래카드를 들고 뛰고 싶지만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도 세리머니' 파장이 너무 컸고, 자기 때문에 피해를 본 사람이 많기 때문이란다. 그는 "'독도 세리머니' 이후 일본 J리그에서 뛰고 있는 한국선수들이 다소 피해를 본 것 같다"고 말했다.

박종우는 또 다른 '독도 세리머니'를 꿈꾸고 있다. 이번은 월드컵에서다. 일본을 꺾는 것도 중요하지만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 전 세계에 한국을 제대로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빅리그 진출의 꿈=박종우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진출이 꿈이다. 축구선수라면 누구나 꿈꾸고 이루고 싶은 바람이다.

그는 당장 빅리그에 가지 못하더라도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네덜란드 등에서도 뛰고 싶다고 했다. 올림픽을 통해 유럽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그는 일본은 싫다고 했다. 그는 "'독도 세리머니'까지 했는데 어떻게 일본에서 뛸 수 있겠느냐"면서 "올림픽 전 일본의 프로팀 3~4곳에서 영입 제의가 있었지만 독도 세리머니 이후 포기의사를 전했다"고 말했다.

박종우는 '독도 세리머니'보다 '축구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독도 세리머니'로 많은 국민이 사랑해 주셨지만 축구선수로 평가받고 싶다"면서 "올림픽 때 그랬듯이 내년 월드컵을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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