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관료 '중앙 집권' 사고에 갇혀 지방 홀대, 신공항은 관심 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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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공항 건설 추진 지연의 본질은 정부의 지방 홀대라는 지적이 높다. 김해공항가덕이전범시민운동본부가 지난 1월 14일 신공항 촉구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부산일보DB

정부가 신공항 건설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본질적인 이유는 '지방 홀대'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신공항 건설은 박근혜 대통령 대선 공약임에도 중앙집권적 사고에 갇혀 지방을 홀대하는 중앙 정부 관료들의 '중앙집권적 사고' 때문에 지연되고 있다는 것. 신공항 건설 추진을 위해서는 중앙 정부 안에 널리 펴져 있는 이런 지방 홀대 사고가 바로잡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단적인 예가 OD자료 공개 거부다. 정부는 인천공항을 통해 출입국한 영남권 승객의 기·종착지(OD·Origin Destination) 자료 공개를 4년째 거부하고 있다. OD를 분석해야 김해공항의 국제선 부족으로 인천이나 일본·중국을 경유해 최종 목적지로 가는 전환수요를 알 수 있다. 신공항 수요 예측을 위한 객관적 근거다. 신공항을 추진하는 부산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자료이지만, 신공항을 외면하는 정부에서는 공개하기에 껄끄러운 자료이다.

인천공항 중심에 두고 사고
신공항 추진 근거 중요 단서
출입국 영남권 승객 알 수 있는
OD 자료 4년째 공개 거부

지역 균형발전·국민행복 차원
'탈지방적 중대 사안' 명심해야

전문가들은 "인천공항을 중심에 두고 사고 하는 중앙 정부 관료들이 신공항 건설 논리를 막기 위해 일부러 공개를 거부하고 있는 것 같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 1월 국토교통부 고위 간부는 "부산은 왜 소음 등 민원이 많은 공항을 유치하려고 하느냐, 인천공항만으로도 수요 흡수는 충분하다"고 말한 것에 보면 이 같은 의문은 신빙성을 갖고 있다.

OD가 마지막으로 공개됐던 2008년은 김해공항 직·간접권(부산·경남·울산·대구·전남)에 거주하는 국제선 이용객 중 49.2%(245만 5794명)가 인천공항을 경유해 출입국했다. 당시 부산발전연구원(BDI)은 전환수요를 근거로 김해공항의 해외노선 36편 신설과 38편 증설이 시급하다고 분석했다.

신공항 건설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 2010년부터 정부는 OD자료 제공을 거부하고 있다. BDI 관계자는 "부산권 국제항공 수요조사를 위해 매년 국토부와 법무부 출입국관리소에 OD를 요청하고 있으나 2010년부터 불가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해당 법무부는 "자료 분석을 위한 해당 부서의 장기간 작업시간 소요 및 고유업무 수행에 지장 초래 등으로 자료 제공은 불가하다"고 밝혔다. BDI 관계자는 "그 동안 공개했던 자료를 갑자기 거부하면서 '장기간 작업시간 소요'라는 핑계를 대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부산시의 '김해공항 가덕 이전 타당성 용역'을 수행 중인 한국항공대는 전환수요 예측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항공대가 최근 중간 용역보고서에서 2030년 가덕 신공항 건설에 따른 전환수요를 2008년과 비슷한 287만 명으로 잡은 것도 그 동안 근거 자료가 없기 때문이다. 시는 오는 30일 열릴 예정인 2차 영남권 5개 시·도 교통국장회의에서 OD 공개와 수요 조사 때 전환수요를 포함할 것을 요구할 방침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영남권에서 인천공항과 일본 중국을 거쳐 해외로 나가는 잠재 수요는 1천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 수요만 반영되더라고 신공항의 타당성은 충분히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며 "오는 30일 2차 회의에서 잠재 수요에 이에 따른 전환수요 반영을 적극적으로 요청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잠재 수요는 영남권에서 인천공항과 일본 중국 등을 거쳐 최종 목적지로 가는 실제 수요를, 전환 수요는 이 잠재 수요 가운데 신공항이 건설되면 신공항을 이용해 최종 목적지로 가려는 의사를 가진 수요를 말한다.

이처럼 철저히 지역을 홀대하면서 중앙집권적 논리로 신공항 건설을 무산시키려는 의도는 이미 곳곳에서 드러났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직무대행인 이영근 부사장은 2011년 대한교통학회가 발간한 '교통기술과 정책'에서 "동남권 신공항 건설 정책은 공항 이용객 편의를 위해서는 매우 고무적이지만 (인천공항의) 허브화를 달성하려는 경쟁력 향상 차원에서는 국제선 분담 효과로 인해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중앙집권적 사고에 익숙해 지방을 철저히 무시하는 그는 국토부 기술안전정책관을 지낸 행정공무원 출신이다.

지방분권전국연대 박재률 공동대표는 "신공항 건설은 단순히 영남권 공항 이용객 편의를 위한 것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현재 중국에서 부산을 찾고 싶어 하는 인원이 연간 수십만 명에 달하지만 김해공항이 협소하고 이에 따라 오가는 항공기가 적어 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글로벌 지식기반기업들이 부산에 조성되는 경제자유구역청 내 산단이나 국제산업물류도시에 오고 싶어 하지만, 매번 해외를 오갈 때 인천 또는 일본, 중국을 거쳐야 하는 부담에 주저하고 있다"면서 "신공항 건설 문제는 지역의 균형 발전과 국민의 행복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탈 지방적, 탈 지방적 중대 사안이다"고 강조했다.

김수진 기자 ksci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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