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아! 해양수산부가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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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부국장 겸 경제부장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대선후보 모두가 한목소리로 '옛 해양수산부 부활'을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죽었던 해수부가 다시 생명을 찾는다. 해수부 폐지로 위축됐던 해양수산업계는 물론 해수부 부활을 위해 작은 힘을 모아 큰 물줄기를 만들어냈던 시민단체들은 크게 반기고 있다.

1996년 김영삼 정부와 함께 탄생한 해수부가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도 건재했으나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원회의 여론을 무시한 일방적인 결정으로 폐지되는 비운을 겪었다. 당시 인수위가 부산지역을 중심으로 한 전국적인 해수부 폐지 반대 여론을 철저하게 외면했던 기억이 아직도 뚜렷하게 남아 있다.

당시 부산에서 시작된 해수부 해체 반대 투쟁의 불길이 전국으로 거세게 번졌지만 인수위의 실용주의 원칙에 밀려 해수부는 2008년 2월 29일 관보(새 정부 조직법 시행령)를 통해 11년 6개월의 세월을 뒤로한 채 허무하게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해수부가 해체된 지 4년. 해양 수산 부문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과 푸대접이 노골화되자 해수부를 되살려야 한다는 여론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부산은 물론 울산, 경기도 평택시, 전남 여수시 등 주요 해양도시에서는 해수부 복원 목소리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됐다. 마침내 지난해 6월 국내 항만 수산 관련단체들이 '전국 해양수산 발전협의회'를 발족했다.

해수부 부활을 위한 전국 단위의 첫 시민단체였던 이 모임은 '해수부 부활 국민운동본부'(해국본)로 발전했고,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 내면서 마침내 대선후보들로부터 '해수부 부활 공약'이라는 값진 성과를 이끌어 냈다. 해국본과 함께 해수부 부활 운동을 이끌어온 전국 해양수산인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들의 열정과 헌신이 없었다면 아마도 해수부는 정부 조직에서 영원히 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벌써부터 관련 부처 공무원들의 불만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해수부 입지를 놓고 말들이 많다.

국토해양부, 농수산식품부의 일부 공무원들은 언론에 불만을 흘리면서 여론전을 전개하고 있다. 국토부 공무원들은 내륙·항만·공항 등 육해공 교통 통합관리를 통해 행정의 효율성이 극대화됐다면서 해양을 떼내선 안 된다는 입장이고, 농수산식품부 역시 업무 효율성을 이유로 수산 부문 분리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5년마다 떼고 붙이는 식의 부처 개편에 넌더리가 난다. 새 조직이 안착하기까지는 대개 1년 이상 걸리는 만큼 조직과 업무의 안정성이 흔들리면서 국가적 손실이 더 크다"는 논리다. 차기 대통령 인수위가 본격 가동되면 공무원들의 논리는 더 집요해질 것이다.

또 새누리당에서 '해수부 부산 유치'를 공약으로 제시하자 인천 쪽에서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인천의 논리는 선거과정에서 나오는 억지일 뿐이다. 이미 부산은 해양수도로서의 면모를 갖춰 가고 있기 때문에 해수부 청사 부산 유치는 당연한 순리이지, 논란의 대상은 아니다.

국립해양박물관 개관(지난 5월)에 이어 한국선급 본사가 부산으로 이전(지난 9월)했다. 해양조사원은 올해 말까지 부산으로 이사온다. 국내 해양싱크탱크의 양대 축인 한국해양연구원과 한국해양수산개발원도 각각 2014년, 2015년 단계적으로 옮겨와 부산시대를 연다. 나아가 해양과학기술원(KIOST)도 부산에 들어서고, 선박금융공사 부산 설립도 유력하다.

여기다 부산은 향후 해양분야의 신성장 산업을 이끌 해양플랜트산업을 주도할 기반을 갖추고 있고, 북항은 지난달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착공으로 본격적인 해양크루즈 시대를 열어갈 채비를 하고 있다. 그런데도 대한민국 해양수산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해수부의 위치를 놓고 논란을 벌이는 것은 소모전일 뿐이다.

부산시와 해국본 등 시민단체들은 이 같은 소모전에 말려들어서는 안 된다. 부산시가 신공항 유치 전략 수립 시 첫 단추를 잘못 끼우는 바람에 대구·경북, 경남과 신공항 유치를 둘러싼 입지 논쟁만 벌이다 결국 유치에 실패하고 뒤늦게 김해공항 가덕 이전으로 전략을 수정한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j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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