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진위 예술영화전용관 지원 심사기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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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중구 대청동 가톨릭센터 1층에 있는 아트씨어터C&C. 극장 측은 영진위 지원은 받지 않지만 상영은 당분간 계속할 예정이다. 부산일보 DB

영화 '편식'을 바로잡기 위해 영화진흥위원회가 시행하고 있는 예술영화전용관 지원 사업이 홍역을 치르고 있다. 지역의 유력한 단관극장이 탈락하고 재벌 체인 극장이 포함돼 영화계의 반발을 사는가 하면, 업계의 현실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심사기준을 바꿨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단관극장 탈락 체인극장 선정
극장주 "현실무시·사업축소"
영진위 "지원 방안 개선 연구"

■예술영화전용관 지원 사업에 무슨 일이


영진위는 최근 부산 국도예술관을 비롯한 전국 20개 상영관을 예술영화전용관으로 선정해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총 예산은 10억 6천만 원으로 지난해와 같다. 지난해까지 지원을 받았던 부산 가톨릭센터의 아트씨어터 C&C, 경남 거제의 거제아트시네마 1관, 대구 동성아트홀, 경북 안동 중앙시네마, 대전 아트시네마 등 5곳의 단관극장이 탈락했다. 대신 멀티플렉스인 롯데시네마 체인 상영관 3곳이 새로 선정돼 이 체인 산하 상영관 5곳이 약 1억 1천500만 원을 지원받게 돼 있었다. 전체적으로 지난해 25개 상영관보다 20% 감소한 20개 상영관이 지원을 받게 됐다.

영화계에서는 즉각 반발이 일었다. 악조건 속에 고군분투한 단관극장을 배제하고 재벌 극장을 지원하는 데 대한 반발과, 예산이 줄지도 않았는데 지역 단관극장들이 탈락한 배경이 무엇인지 명확한 해명이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매년 4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를 기간으로 하는 이 사업은 통상 3월 지원 대상자 선정을 마무리했었다. 그러나 올해는 심사기준을 변경하고 재공고를 실시하느라 선정이 6개월 가까이 늦어졌다. 지원을 예상하고 변함없이 예술영화를 상영한 탈락 극장들의 피해는 적지 않다. 경남지역 유일의 예술영화 전용관인 거제아트시네마는 지난달 폐관을 피할 수 없었다.



■예술적이지 못했던 평가기준 변경

탈락한 극장주와 영화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상영 아트씨어터C&C 대표는 "우리 극장은 매년 평가에서 최상위 등급을 받았고, 2012년 1만 명 수준이던 관객이 지난해에는 배 가까이 늘어 약 2만 명에 이르렀다"며 "단순히 시설 문제라며 갑자기 탈락시키고 평가 보고서 공개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발이 거세지자 롯데시네마는 전용관 지원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고, 영진위는 해당 지원금을 불용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대구 동성아트홀 남태우 프로그래머는 "지역 단관극장들을 탈락시키고, 반납한 예산마저 불용 처리하는 것은 이 사업을 축소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며 "2차 시장의 성장이나 멀티플렉스의 시장 잠식 등 여러 조건을 고려하지 않고 관객 수 정체만 문제 삼을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의 다양성이나 예술영화관으로서의 정체성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영진위 관계자는 "평가 지표와 기준 변경 내용을 극장주들께 설명하는 간담회를 열었었다"며 "사전에 충분히 의견을 수렴하지 못한 점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예술영화 전용관 사업에 대해서는 "이 사업을 시행한 11년 동안 예술영화 배급시장의 상황이 많이 바뀌어 올 연말까지 지원제도 개선 방안 연구를 완료한다"며 "이번에 탈락한 극장도 차후 다른 방식으로 지원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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