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신춘문예 - 시] 네팔상회 / 정와연
분절된 말들이 이 골목의 모국어다
춥고 높은 발음들이 산을 내려온 듯 어눌하고
까무잡잡하게 탄 말들
같은 말을 하는 사람들이 모이면 동네가
되고 동네는 골목을 만들고
늙은 소처럼 어슬렁거리는 휴일이 있다
먼 곳의 일을 동경했을까
가끔은 무명지 잘린 송금이 있었다
창문 없는 공장의 몇 달이 고지대의 공기로 가득 찬다
마음이 어둑해지면 찾는 네팔상회
기웃거리는 한국어는 이국의 말 같다
달밧과 향신료가 듬뿍 배인 커리와 아짜르
손에도 엄격한 계급이 있어 왼손은 얼씬도 못하는 밥상
그러나 흐르는 물속을 따라가 보면
다가가서 슬쩍 씻겨주는 손
그쪽에는 설산을 돌아 나온 강의 기류가 있다
날개를 달고 긴 숫자들이 고산을 넘어간다
몇 개의 봉우리가 창문을 두드린다
질긴 노동이 차가운 맨손에서 목장갑으로 낡아갔다
세상에는 분명 돌아가는 날짜가 있다는 것에 경배,
히말라야줄기를 잡아끄는 골목의 밤은
왁자지껄 하거나 까무잡잡하다
네팔 말을 몰라 그냥 네팔상회라 부르는 곳
알고 보면 그 집 주인은 네팔 사람이 아니다
돌아갈 날짜가 간절한 사람들은 함부로
부유하는 주소에서
주인으로 지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