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활용한 치매 예방법] 치매가 걱정되면 음악 가까이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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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병원 통합의학센터에서 '음악 정서 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모습. 통합의학센터 제공

어떤 의미론 치매가 암보다 더 무섭다. 오죽하면 치매 부모를 돌보다 지쳐서 함께 목숨을 끊는 비극이 심심찮게 일어날까. 아직 치매의 발병을 근원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다. 평소 뇌를 건강하게 유지함으로써 그 가능성을 줄이는 게 최선이다. 뇌 건강은 어떻게 유지하나? 박정미 부산대병원 통합의학센터 예술치료실 연구교수는 음악을 적극 권한다. "가장 좋은 것은 뇌에 지속적으로 자극을 주는 것인데, 음악은 거기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는 것이다. 음악에 무엇이 있어 그런 효과를 보이는 걸까?

■음악이 치매에 효과를 보였다?

86세 Y 할머니. 지난 10여 년 동안 치매를 앓아왔다. 한 노인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하지만 딸 얼굴도 몰라보고, 자신의 집은 물론 이름도 기억하지 못했다. 그런 할머니에게 최근 변화가 나타났다. 고향이 어디냐 물으면 "마산"이라 대답하고(실제 할머니의 고향은 마산이다), 딸을 가리키며 누구냐고 물으면 "누구긴, 우리 효녀 딸이지"라고 대꾸하는 등 부분적으로나마 옛 일을 회상하곤 하는 것이다. 박 연구교수는 이를 음악치료의 결과로 생각한다.

치료사에 맞춰 북·드럼 치면 효과
음악 들을 때는 뇌 전체가 반응
노인의 시각·균형 감각에도 도움
악기 배우기 힘들면 노래만이라도


Y 할머니는 지난 수 년 동안 인지능력 향상을 위한 음악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해 왔다. 특정 곡을 선정해 치료사들이 피아노와 바이올린 등을 연주하면 환자들은 장고나 북, 드럼 등으로 리듬을 맞추면서 연주에 참여하는 훈련을 반복하는 것이다. Y 할머니는 특히 '고향의 봄'이라는 곡에 반응을 보였는데, 특정 리듬을 반복하면서 '고향', '봄', '꽃' 등 여러 상황을 연상토록 이끌었더니 효과를 보였다는 것이다.

■음악을 들을 땐 뇌 전체가 반응

지난해 5월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의 한 연구팀이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음악치료 임상시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미국 5개 병원의 12개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는 환자 373명을 대상으로 불안 정도, 약물 사용량, 약물 사용 빈도를 알아보는 실험을 진행했다. 환자들을 모두 3개의 그룹으로 나누었다. 일반적인 치료와 함께 좋아하는 음악을 헤드폰을 통해 들려준 그룹, 일반 치료와 함께 헤드폰으로 소음만 차단한 그룹, 일반 치료만 받게 한 그룹이었다.

그 결과 일반 치료와 함께 소음을 차단한 환자들은 일반 치료만 받은 환자들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음악 치료를 병행한 환자들은 그 차이가 현격해서, 일반 치료 환자들에 비해 불안 정도, 약물 사용량, 약물 사용 빈도에서 각각 37%, 36%, 38% 감소 효과를 나타냈다. 연구팀은 "음악으로 즐거움이 부각되고, 그로 인해 불안 요소가 줄었기 때문"이라며 "음악을 들을 때는 뇌의 전체가 반응한다"고 설명했다.

■음악은 노인들 균형감각도 개선

흔히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한다. 왜 그럴까? 캐나다 맥길대 연구팀이 지난 2011년 1월 '네이처 신경학회지'(Nature Neuroscience)에 발표한 바가 있다. 음악 애호가들을 모아 방사선단층촬영(PET)을 했더니,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흥분할 때 뇌속에서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분비되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반면 싫어하는 음악을 들었을 경우에는 도파민 분비가 활성화되지 않았다.

좋아하는 음악이 시각장애까지 개선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영국 임페리얼컬리지의 연구팀이 뇌졸중 후유증으로 부분적인 시각 장애가 생긴 환자들에게 좋아하는 음악과 싫어하는 음악을 들려준 경우, 또 전혀 음악을 들려주지 않은 경우를 각각 비교했다. 그 결과,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때 전체 환자의 65%가 빛을 인식할 수 있었지만, 음악을 듣지 않거나 싫어하는 음악을 들을 때에는 15%에 그쳤다.

음악은 노인들의 균형감각에도 영향을 미친다. 스위스 제네바대 연구팀이 2010년 11월 의학 전문지 '국제 의학 아카이브'(Archives of Internal Medicine)를 통해 알린 바다. 연구팀은 75세 안팎의 노인 66명을 피아노 연주 리듬에 맞춰 주 1회 1시간씩 걷기 등 여러 활동을 하도록 하고, 6개월 뒤에는 또다른 노인 68명을 같은 방식으로 이전 노인들과 함께 활동에 참여케 했다. 다시 6개월 후 두 실험군을 대조했는데, 6개월 일찍 실험에 참여한 노인들은 이후 참여한 노인들보다 보폭이 평균 3.1㎝ 길었고, 한 발을 들고 서 있는 시간도 0.9초 길었다.

반면 낙상 발생 횟수는 선 참여 실험군이 54회 대 24회로 절반 수준이었다. 늦게 실험에 참여한 노인들도 실험 초기보다 6개월 후에는 걷기와 균형감각은 높아졌고 낙상 발생률을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노래 크게 부르기만 해도 뇌 건강에 도움

모차르트 효과란 게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연구진이 1993년 '네이처' 지에서 처음 제기했는데, 모차르트 음악을 들으면 논리력이나 공간추리력 등이 크게 향상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누구나 모차르트 음악을 들으면 머리가 좋아질까?

박정미 연구교수는 아니라고 했다. 익숙치 않은 음악은 즐겁지 않고, 그러면 오히려 음악을 듣는 게 고역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좋은 음악은 자신에게 들어서 즐겁고 연주해서 흥겨운 음악"이라며 "평소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통해 다양한 감정에 익숙해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간단한 악기를 배워 연주하면 좋고, 여의치 않다면 자주 목청껏 좋아하는 노래를 불러보는 것도 뇌 건강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임광명 기자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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