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점↔종점] '부산구경'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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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도심 속 수줍은 뒷모습…

시내버스 여행은 돈이 적게 들고, 여행자가 버스노선따라 가기 때문에 가장 소극적인 여행이다. '무심 여행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보고 느끼는 것은 특별한 만큼 매력이 있다. 사람과 건물,도로,차량,풍경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 미처 다 보지 못한 풍경이 아쉬울 뿐이다.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잡아내기 위해 부산사진사랑동우회(이하 부사동) 회원들을 초대해 안창마을에서 서면을 거쳐 남산동까지 운행하는 29-1번 시내버스를 함께 탔다. 버스에서 바라본 부산의 모습,부사동 홈페이지(www.busadong.com)에서도 볼 수 있다.

오는 5월 시내버스 준공영제와 지하철-시내버스간 무료 환승제 시행으로 시내버스 노선이 크게 바뀐다. 지하철이 다니지 않는 노선과 지하철과 연계된 노선 위주로 시내버스가 다니게 된다는 것. 다음달부터 기존의 도심을 가로지르는 노선이 대폭 줄어 아쉽게도 '시내버스 여행'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지금이라도 훌쩍 시내버스에 올라타 카메라로 버스가 안내하는 세상의 구석구석을 찍어 두는 것은 어떨까.





종점을 얼마 앞두지 않은 구서동 도로변.

편의점 앞에서 햇볕을 쬐고 있는 할아버지. 세상 너머를 바라보는 듯한 무심한 눈빛,가지런히 무릎 위에 모아쥔 손이 인상적이다. 신정익 작.





지하철 장전역 아래.

영화 올드보이에서 최민식이 사설 감방에서 나와 자신이 감방에서 혼자서 익힌 격투실력을 시험했던 장소. 영화에서 나왔던 암울했던 모습과는 달리 시민들의 산책과 운동 장소로 활용되고 밝은 공간이다. 인근 부산대학교 정문은 새학기를 알리는 플래카드들과 싱그러운 학생들로 가득 차있다. 장전동 산성터널로도 느티나무 터널을 이루고 있다. 김재수 작.


서동시장 노점.

길가에 가지런히 서있는 뻥튀기가 정겹다. 누구나 어릴적 '뻥이오' 소리에 귀를 막고 가슴을 조렸던 기억을 갖고 있다. '뻥과자'라는 말 처럼 아무리 먹어도 허기를 달래주지 못했다. 요즘 다이어트용 과자로 사용하면 어떨까. 서동의 건물은 온갖 색깔의 간판에 뒤덮여있고 도로는 사람과 차량으로 번잡하다. 김재수 작.


동래시장 입구.

동래시장은 좁은 길을 따라 형성된 제법 규모가 큰 재래시장이다. 시장을 따라 올라가면 복천고분 방면 도로와 동래교차로 방면 도로가 서로 만난다. 교차로 방면 골목은 서로 원조를 자랑하는 낙지 전골집과 바다장어구이집들로 유명하다. 석용희 작.


동해남부선 양정역.

근무하는 직원이 없는 무인역. 건널목도 안내원이 없이 기차의 진입을 알리는 '땡 땡 땡' 소리에 맞춰 차단기가 오르내리기를 반복한다. 간혹 정차하는 기차가 아직 남아있고 이 역에서 승·하차하는 승객들도 있다고 한다. 김진문 작.


부전시장앞 버스 정류소.

짧은 치마를 입고 가방을 들고 바삐 전화하는 아가씨,큰 가방을 울러맨 학생,손을 주머니에 찔러넣고 무심히 쳐다보는 중년의 아저씨,자녀의 옷을 사러온 듯 쇼핑백을 들고 있는 아주머니. 모두 다른 얼굴로 표정도 제각각이지만 버스가 오는 한방향으로 쳐다보고 있는 모습이 마치 바람에 한방향으로 흔들리는 갈대 같다. 맞은편 버스에 앉은 승객들은 봄볕에 꾸벅꾸벅 졸고 있다. 이태기 작.


서면교차로 인근.

빼곡히 들어선 건물과 도로를 뒤덮은 차량의 행렬. 백화점,성형외과,식당,안경점,피자집,학원,패스트푸드점,당구장,가요교실 등 간판만 봐도 부산의 최대 상업지이자 중심지임을 보여준다. 꽉 막힌 도로의 차량행렬을 비웃 듯 늘씬하게 도심을 가로지르는 오토바이와 자전거도 보인다. 운전자 모두 매연과 황사 때문에 방진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이태기 작.


부산범천교회 인근.

유치원을 마치고 인솔 교사를 따라가는 모습이 엄마새의 엉덩이 흔들림까지 흉내내는 아기새 같다. 같은 길을 가면서도 손과 발이 모두 제각각인 아이들의 모습이 흥미롭다. 바로 옆에는 학교를 마친 초등학생들이 저마다 손에 얼음과자를 하나씩 들고 집으로 향하고 있다. 집으로 향하는 길은 언제나 즐겁다. 이태기 작.


29-1번 시내버스의 기점이자 여행의 시발점인 안창마을 입구.

어린이와 할머니가 동네 어귀의 계단을 오르고 있다. 나이의 차이를 보여주듯 어린이의 발걸음은 가볍고 난간을 잡은 할머니의 손은 무겁다. 한국전쟁 때 피란민들이 수정산 기슭에 판잣집을 집단으로 지으면서 형성된 안창마을. 아직도 낡고 허름한 집들이 산을 따라 층층이 남아있다. 유독 작은 마당에 널어둔 많은 빨래와 대문,지붕의 색들이 뒤섞여 조화를 이루고 있다. 빛의 속도로 변하는 요즘. 변하지 않는 안창마을은 현대인들에게 편안함을 준다. 이태기 작.

글=김수진기자 kscii@busanilbo.com 
사진=부산사진사랑동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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