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 속의 낯선 느낌[부산Art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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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풍경 속에 녹아든 낯선 느낌

일러스트, 드로잉, 사진 등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작품세계를 펼쳐온 부산의 작가 3명이 함께 전시회를 열었다.

제목은 '마음에 비친 그림'전. 이들은 공통적으로 현대인이 가지는 생활 주변의 익숙한 풍경을 생경하게 풀어냈다.

우리 삶의 익숙한 풍경이 때로는 낯설게, 어색하게, 차갑게 다가올 수 있는 탓이다. 각자의 마음과 심리상태에 따라 같은 모습이라도 매번 다르게 느껴질 수 있는 법이니 말이다.

학교에서 미술을 가르치며 일러스트 작업을 하고 있는 조민협 작가는 주로 학교에서 마주치는 일상을 다뤘다.



문자를 주고받는 학생, 교복을 입고 자판기 앞에 서 있는 학생 등 익숙하고 현실적인 모습이지만 좀체 작품으로 다뤄지지 않았던 것이기에 그 자체로 색다른 느낌을 준다. 단순 회화처럼 보이지만 사진을 찍어 그래픽 작업을 거친 일러스트 작품들이다.

조민협 작가는 "뒷모습이나 무표정은 관람객들로 하여금 상황을 좀 더 객관적으로 감상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의도한 장치"라며 "작품 자체가 주는 느낌을 마음에 담아보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이영주 작가의 회화는 단순하면서도 여백과 색채감을 살린 구성이 돋보인다. 바닷가에 덩그러니 놓여진 의자, 단정하게 묶은 커텐과 유리창 너머의 몽환적인 바다 풍경은 붓으로 그린 것도 같고 사진의 한 장면을 카피한 것도 같다.

작가는 "보여지는 화면을 그대로 포착하려고 했다"면서 "바닷가에 의자가 있다는 것이 낯선 것처럼 어울리지 않는 곳에 물체를 가져다 놓았을 때 얻어지는 풍경의 생경함을 의도적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동양화를 전공했지만 최근 사진 작업을 하고 있는 이순행 작가는 부산의 평범한 골목길과 재개발 아파트 등을 담았다. 흑백의 담담한 구성과 대담한 여백을 통해 동양화 느낌도 준다.

작가는 "이런 풍경들은 우리가 겉으로 감추고 싶지만 가슴으로는 남아있는 모습"이라며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이 남아있는 풍경들을 기록함으로써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을 전달하고 싶다"고 전했다.

우리 내면의 또 다른 풍경을 이야기 하고 있는 세 작가의 작품들 속에서 나만의 심상을 마주해봐도 좋겠다. ▲8월 31일까지 갤러리 움. 051-557-3369. 김경희 기자 miso@ 영상=김상훈 PD , 박주희·김도균 대학생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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