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뉴스] 해양직업 인터뷰 40 / 해양상선(주) 이형옥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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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손대지 못한 운송 해냈을 때 큰 보람"

해양상선(주) 이형옥 상무

“남들이 손대지 못한 운송 해냈을 때 큰 보람”

“글쎄요. 비에르(BL) 당담자가요... 아, 그것은 우리가 넣은 게 아니고... 운임표기를 안해주려고 해서 협의 하고 있는데... 풀카고 옵션에... 오늘 19시 입항인데 서해 날씨가 안 좋아서 피항해 있습니다. 본래 로딩이 끝난 뒤에 또는 해치 카바를 열기 전에 운임을 정산한다고 되어 있는데. 우리 쪽에서 에르오아이(LOI)를 만들어 주라고 합니다. 실 화주에게는 차터르가 오너입니다...”

인터뷰 내내 울리는 전화벨소리와 잘 알아들을 수 없는 용어가 섞인 통화는 이형옥 상무의 큰 목소리와 어우러져서 현장의 긴박한 상황을 전달하고 있다.

“아이고 미안합니다. 원래 금요일 날 배를 띄우고 나면 월요일에 꼭 문제들이 생깁니다. 골치가 아픕니다. 그러면 지체 없이 해결해줘야 하기에 전화통을 붙들고 삽니다.”

이형옥 해양상선(주) 상무. 올해 만 쉰여섯의 이 남자는 원래 공학과 기술 쪽에 관심이 많았고 항공정비사가 꿈이었는데 신체검사에서 적록색맹으로 날개를 접었다. 군대 가기 전에 외국계열의 선사에 취업을 한 연유로 제대 후에 항만 분야에 진입을 하게 된다. 1985년 박정범 회장이 해양상선을 설립하면서 그에게 손을 내민 것을 꽉 붙잡은 것이다.

해운회사에 취업을 한다는 것은 생각도 못했던 그가 이제‘포워더’ 막말로 짐꾼으로 만 27년 보냈다. “백번 천 번 잘한 결정이었지요. ”포워딩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이 계통에서는 알아주는 업무통이고 해결사다.

그가 일하는 해양상선은 지난 27년 전 박 회장이 창립 당시에 건교부의 79번째 ‘포워딩 라이선스’를 가지고 출발, 플랜트 해상 운송에 명성을 쌓은 지역의 중견 물류기업이다. 오늘날 3천여 포워딩 회사들이 있는데 비하면 격세지감이다. 지금이야 자본금 3억 원이면 회사가 설립되지만 당시로는 포워딩 라이선스를 따려면 각종 까다로운 자격을 갖추어야 해 하늘에 별따기였다.

● 일하면서 배우는 OJT방식 업무 익혀야

“아침에 출근하면 바로 메일부터 체크합니다. 선사와 화주로부터 온 메일을 읽고 답변할 것은 바로 답변하고 업무회의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장비 팀과 현장운영 팀이 함께하는데 작업에 들어갈 내용들을 꼼꼼하게 살피고 준비사항을 체크합니다.” 예로 20피트짜리 컨테이너 80개를 선적하려면 검수원 4명에 지게차 5대 대리급 오퍼레이터 2명에 오퍼레이터 3명이 달라붙어야 한단다. 빈틈없이 순차적으로 업무에 투입되어야 작업에 차질이 없게 되니 회의는 치열한 하루를 준비하는 작전회의다.

회의가 마무리되면 영업에 들어간다. 화물 시장 동향을 살피고 선박가격 시장을 들여다본 뒤 본격적으로 수요자와 공급자의 사정을 챙기며 운송할 물건을 가진 화주를 뒤진다. 영업이란 다름 아닌 화주영업인 것이다.

이 상무는 “30년 가까이 일하고 있지만 화물을 떼어오는 영업이 제일 어렵다”고 털어놓는다. 예전과 달리 이제는 전산화가 다되어 있어서 업체 등록이 안된 회사는 대화주에겐 접근조차 못한다. 합리적인 운임과 대안, 전문성이 무기다. 일단 화주로부터 운송의뢰를 받으면 우선 선박가격부터 살핀다. “선박가격에 따라서 운임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대기업들은 운임을 절감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포워딩 업체들은 그 틈새에서 최대한의 이익을 창출해야하니 얼마나 어렵습니까.”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면서 양쪽에서 균형을 맞추려니 영업은 예술이란 생각이 든다.

“포워딩 업계에서 일하려면 알아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먼저 운송시장을 이해해야 하겠지요. 그리고 컨테이너, 플랜트, 일반화물 등 운송대상에 대해서 아는 것도 필수입니다. 또 운송의뢰, 그러니까 부킹을 받게 되면 이를 수송할 선박들을 어떻게 확보해서 연결해야 하는지를 훤하게 꿰고 있어야 합니다.” 즉 유럽 쪽 선박을 가져올 것인지 아니면 중국 쪽 선박을 가져올 것인지 등 선박의 수요와 공급을 예측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 화물에 따라서 선박 사이즈 제원과 성능이 다르기에 화주가 필요로 하는 선박의 조건을 파악한 뒤 가장 효율적으로 선적할 수 있는 있는 배를 찾아내 연결하는 것도 능력이다.

최근 중요성이 높아지는 금융에 대한 지식도 갖추어야 한다. 환율에 따라서 송금타임을 결정하는 것이 이익을 내는 기본이다. 전체를 봐야만 수익을 극대화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들은 학교에서 가르쳐주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로 업체마다 업무에 따른 매뉴얼이 다 다릅니다. 무역은 매뉴얼이 있지만 해운은 하는 일이 다르고 변수가 무수하고 회사의 내규에 따라서 시스템이 차이가 납니다. 따라서 상경계열을 공부하면 업무는 어지간히 커버하지만 일단 입사한 뒤 일하면서 배우는 OJT 방식으로 업무를 익혀야 합니다.”

한편 포워딩에 취직하기 위해서는 영어를 기본으로 준비해야 한다. 잘 하면 좋지만, 조금 부족해도 기본 회화와 독해, 작문은 물론, 이 메일링 정도는 해낼 수 있어야 한다. 제 2외국어도 사용할 수 있으면 많은 도움이 된다.

● 여성들도 도전해 볼만

여성들의 포워딩분야 진출에 대해서 물었다. 이 상무는“여자로서 포워딩 업무를 한다는 것은 꽤 해볼 만하다”고 말한다. 문서 작성과 내부에 연락을 하는 오퍼레이터의 경우 여자들의 섬세함과 차분함이 업무에 적합하기에 그렇다. “해양상선도 남자 영업직 2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여성으로 구성원이 이루어졌다”고 귀띔한다.

상당수 업체의 경우 오퍼레이팅 업무는 결혼하고 아기 낳고도 근무가 가능하다. 해사관련 대학을 졸업한 여성의 경우 승선하다가 포워딩업체에 취직하면 괜찮다. 연봉은 승선 시보다 많이 줄지만 출퇴근 시간이 보장되고 일 자체도 해사 업무와 연관되어 연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화물의 입출고를 책임지고 맡아본 경험이 있는 해기사 출신일 경우 쉽게 친숙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영업에서는 낮밤을 가리 않고 접대라든지 대인관계가 있기에 남성들이 유리하다.

끝으로 그는 포워딩의 제일 큰 보람으로 남들이 해보지 못한 운송을 해냈을 때를 들었다.“2004년에 끝난 베트남에 발전설비를 수송할 때였습니다. 해양상선이 길도 없는 수로로 바지선을 이용해서 1,500톤에서 2,000톤짜리 변압기를 옮겼습니다. 부두도 없는 곳에 부두를 만들어가면서 우여곡절 끝에 완벽하게 수송하고 설치했을 때 그 감격은 잊지 못합니다. 우리는 그런 것을 해내었습니다.” 이 상무의 목소리엔 자부심이 묻어나면서 감격에 겨운 듯 축축해진다. 남들이 가지 못하는 길을 여는 운송의 선봉에 선 근성을 가진 포워더의 진면목이 보였다.    

SEA&강승철기자ds5bsn@busan.com
사진 = 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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