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뉴스] 인터뷰 / 뱀장어 종묘연구 주역 국립수산과학원 김대중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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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 뱀장어 종묘 생산성공, 완전 양식 '청신호'

뱀장어 유생(렙토세팔루스)을 가리키는 김대중 박사

"오늘까지 258일을 부화해서 생존했습니다. 256일 만에 변태를 완료해 이 중 2마리가 실뱀장어가 된 것이지요. 나머지 200여 마리는 좀 더 성장시켜 11월께는 변태를 유도할 계획입니다."

1kg당 약 4천만 원 선에 육박, 금값에 맞먹지만 전량 수입에 의존해왔던 실뱀장어를 대량으로 양식할 수 있게 됐다. 지난달 17일 국립수산과학원은 일본에 이어 세계 2번째로 뱀장어 종묘인 인공 실뱀장어 생산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국내 기술로 이뤄졌으며, 완전 양식에 한층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됐다. 향후 연간 9조 원에 달하는 동아시아 뱀장어 시장을 선점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국립수산과학원 전략연구단 김대중 선임연구사를 만났다. 쇄도하는 언론의 인터뷰요청으로 김 박사는 눈코 뜰 새가 없었다. 우선 쉽지 않았을 연구과정에 대해 물었다.

김대중 박사
“2008년 본격적인 뱀장어 연구를 시작하며, 인공 수정란과 초기 부화 자어 생산은 가능했지만, 부화 후 20일을 넘기지 못하고 전량 폐사했습니다. 그 이후에는 렙토세팔루스(뱀장어 유생)의 먹이, 우량 수정란 생산 등의 문제에 부딪히며 계획적인 연구가 어려웠고, 사육시스템도 열악했습니다.”

이전까지는 김 박사 혼자서 진행하던 것을, 2011년 1월 7일 뱀장어 완전양식팀이 구성되며 연구에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배합사료 전문가, 사육시스템 전문가, 번식생리 전문가로 이뤄진 팀은 부화 후 70일까지 16마리를 사육하는데 이르렀다. 그러나 뭔가 이상했다.

“먹이 문제였는지 렙토세팔루스의 모양이 제대로 나오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작년 말 다시 사료 개량을 통해 국산화를 시도했습니다.” 렙토세팔루스를 종묘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먹이 공급과 서식환경 조성이 핵심이었다. 곱상어알로 액상사료를 개발한 것이 주효했다.

변태에 성공한 실뱀장어
‘금 냄새’나는 뱀장어 사육실로 갔다. 컴컴한 수조에 어미 뱀장어들이 조용히 잠자고 있었다. 연구원들이 어미 뱀장어를 꺼내 체중 변화를 체크하는 모습이 귀금속 다루듯 신중했다. 뱀장어 새끼인 실뱀장어의 가격은 이미 금값이다. 현재 실뱀장어 1kg(약 5천 마리)당 3천500만 원에 이른다. 

“렙토세팔루스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여기서는 플래시 사용이 안됩니다.” 혹여 스트레스로 죽어버리지는 않을까 연구진이 주의를 준다. 사육실 안쪽 배양실은 심해에서 유생이 자라는 환경과 동일하게 만드느라 불빛이 온통 파랬다. 좁디좁은 배양실은 투명한 수조들로 가득 차, 자칫 잘못 건드릴까 싶어 움직임이 매우 제한적이었다.

수조 속 렙토세팔루스는 쉽게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몸통이 온통 투명했다. 김 박사는 좁은 배양실 구석구석을 돌며 수조의 진행 과정을 자세히 설명했다. 실뱀장어로 큰 2마리는 수조를 힘차게 노닌다.

“실뱀장어가 된 이후에도 풀어야 할 사료 과제가 있습니다. 시험단계는 성공했지만, 대량생산을 위해서는 연구를 병행하며, 장기적으로는 대어민 기술이전까지 생각하고 있기에 먹이를 자연에 맞게 더 개발해야 합니다. 현재 액상사료가 변태 성공에 결정적 요인이었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지요. 또 양산화를 하려면 양식경비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며, 조심스러우면서도, “2015년이 목표였던 인공종묘 생산을 앞당겨 성공했으니, 수산 기술력을 2020년까지 세계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마스터플랜 실현가능성이 높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인공양식 안정화 단계에 들어서려면 2세대(F2)가 되어야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즉, 가축화를 의미하는데, 성장률이 좋은 반면 유전적으로 열성화 우려가 있다. 이런 문제는 육종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 전략연구단은 1년 만에 부화에서 성어까지 뱀장어를 키운다는 단기적 목표를 세우고 있다.

국내 연구진과 세계 각국의 뱀장어 양식을 위해 앞다투어 연구에 뛰어들었지만, 유생단계에서 실뱀장어로 이르는 과정에서 번번이 실패했다. 극동산 뱀장어의 경우 마리아나 해구 깊은 바다로 가 알을 낳는 것만 알려졌지, 어떻게 먹이를 먹고, 어떤 경로로 회유하는지 밝혀진 게 거의 없는 미스터리였다. 다만 연안에 접근한 자연 상태의 실뱀장어를 체포해 양식으로 키운 게 전부였다.

앞으로 몇 가지 과제를 풀어 완전 양식에 성공할 경우, 현재 국내 뱀장어 종묘 수요충족은 물론, 우리나라를 포함해 일본, 중국, 대만 등 약 8조 6천억 원의 동남아시아 뱀장어 종묘시장 선점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뱀장어 종묘 수요량은 30t이지만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양은 1.5t에 불과하다. 결국 매년 1,500억 원 상당의 종묘를 수입해 왔다.

한편,‘장어 사랑’이 남다른 일본의 경우 오래전부터 장어 양식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40년이란 긴 연구기간을 통해 종묘 인공생산에 성공했던 일본에 비해 대한민국은 5년이란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일본을 따라잡은 것이다. 우리의 성공에 놀란 일본은 지난 10월 9일 일본 장어연구 권위자인 일본수산종합연구소의 다나카 박사를 곧바로 국립수산과학원에 급파했다. 이전까지 다나카 박사는 일본에서도 특급인사로 분류돼 해외출입이 제한적이었던 인물. 뱀장어 수조를 유심히 둘러 본 다나카 박사는 “변태가능성이 높은 유생을 다른 수조로 옮기라”고 데면데면하게 훈수를 하곤 돌아갔다.

현재 협소한 사육 공간 문제는 내년 뱀장어 전용 사육동을 국립수산과학원 내에 건립으로 해결할 예정이며, 20억의 예산이 잡혀있다. 한편 수요를 한참 따라가지 못하는 뱀장어 공급으로 천정부지로 치솟은 시장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는 수산과학기술 분야 예산을 대폭 확대해 연구개발 지원을 강화, 지속적인 연구가 추진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글·사진 SEA&박민혁기자gogalbi@kam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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