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뉴스] 세계의 오프쇼어 11 / 페트로브라스(Petrobr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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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토종, 시추선만 125척 에너지 '골리앗'

페트로브라스 시추선만 125척

'근로자 8만 명, 협력업체까지 40여만 명, 당기순수익 17조8천억 원, 남미 최대기업'브라질의 페트로브라스(Petrobras)를 수식하는 단어다. 세계 3위의 에너지 기업으로 하루 석유생산량이 2백62만 배럴, 천연가스는 45만 배럴에 달한다. 수치만으로는 이 기업의 규모가 얼마만큼 큰지 쉽게 상상이 안갈 정도다.

페트로브라스는 1953년 제툴리우 바르가스 대통령 재임 당시 국영석유공사로 출발해 브라질 근해 유전개발을 도맡아 왔다. 1997년까지 석유가스 등 브라질의 천연자원 개발을 독점해오다 카르도주 대통령이 공기업의 민영화와 시장 개방을 추진하게 돼, 그동안의 독점 체제는 막을 내렸다. 경쟁 체제로 들어가면서 현재는 ‘반관반민’의 에너지기업으로 체질이 바뀌었다. 그래도 현재의 최대주주는 브라질 정부이며, 본사는 리우데자이네이루에 위치하고, 세계 30개국에 지사를 두고 있다.

● 석유시장개방 후, 외자유치로 날개 

페트로브라스 로고

정부의 과감한 석유시장 개방정책은 페트로브라스의 국제 경쟁력 강화 계기가 됐다. 정부 독점 석유개발 대신 개방을 통한 경쟁 유도로 50여 개 외국기업들이 앞 다투어 브라질의 유전으로 모여들었다. 5개의 정유회사가 브라질 내에서 생산·판매도 하고 있다. 이런 경쟁 체제는 외자 유치를 불러왔고 심해유전 개발에 나설 수 있는 여력을 만들어줬다. 선의의 경쟁 순기능이 페트로브라스를 더욱 탄탄하게 만들어 적극적인 해외 진출에서도 성공을 불러오게 했다.

페트로브라스는 브라질 석유산업의 리더를 넘어 2020년까지 세계 최정상 종합에너지기업을 꿈꾸고 있다. 그러나 최근 세계적인 경기 둔화로 지난 2분기 7,448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13년만에 적자를 낸 것이다.

페트로브라스 관계자는 “달러 강세에 따른 수입비용이 증가한 데다 석유·가스 생산량이 감소, 수출 둔화가 부진의 원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페트로브라스는 더욱 공격적인 경영전략을 펼칠 예정이다. 과감한 사업 확장으로 위기를 극복한다는 방침아래 해외자원 개발과 자회사 조선소 등에 2015년까지 브라질 연간GDP의 10%가량인 2,360억 달러(약 127조 원)를 투자하기로 계획했다. 

또한, 페트로브라스는 엑슨모빌 추월을 목표로 대서양 심해유전 개발에 전략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 3백만 배럴 미만의 일일생산량을 2015년에는 현 엑슨모빌 수준과 동일한 400만 배럴, 2020년에는 640만 배럴로 늘인다는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기업 시가총액에서 2위 페트로차이나를 바짝 추격 중이고, 1위 엑슨모빌의 자리까지 노리고 있다. 2035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에 이어 세계 3위의 산유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페트로브라스의 행진에는 휴식이 없어 보인다.

페트로브라스는 석유·가스 탐사, 시추, 정유, 판매, 운송, 발전 사업에 주력하며 송유관·유조선 운영, 수출 업무를 맡는 ‘트랜스페트로’, 석유제품 및 파생상품의 유통, 무역, 산업화를 맡은 ‘디스트리부이도라’, 석유화학업체 ‘페트로퀴사’ 외에도 바이오물질 연구, 파이프라인 건설기업 등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해양 분야 보유자산만 들여다보면, 석유생산 해양플랫폼은 고정식 77기, 부유식 48기가 있으며, 직접 소유한 56척을 포함해 오프쇼어 선박을 무려 242척이나 운용하고 있다. 에너지 종합기업으로서 당당한 면모를 갖추고 있다.

업·다운 스트림 석유 산업 모든 영역에 진출해 있다.

● 자국건조주의 몸집불리기 한국은 울타리 밖

페트로브라스는 바다의 모든 석유를 다 빨아들일 것처럼 덩치를 계속 키우고 있다. 2010년 무려 28척의 드릴십 발주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심해유전 개발에 적합한 드릴십 건조 사업에 한국은 한발 물러선 상태다.

룰라 대통령 재임시 강력한 지원정책으로 조선산업을 일으켰다. 해양플랜트와 상선 건조가 가능한 대형조선소 2곳을 지어 건조물량을 책임져줬다.‘자국건조주의’라는 울타리가 생긴 것이다. 이 때문에 드릴십 건조 최강국인 우리나라의 조선메이저사들이 브라질에서 설자리가 여의치 않게 됐다. 

이때를 틈타 케펠 펠스, 셈코프마린 등 싱가포르 해양플랜트 업체들은 브라질로부터 100억 달러 규모의 해양플랜트 수주에 성공했다. 브라질 내 조선소를 운영하면서 60% 내외의 인력 및 자재를 현지에서 조달한다는 조건을 맞췄기 때문이다. 

국내 메이저 조선사들은 브라질 현지에서 운영하는 조선소가 없는데다, 수주를 위해 추진 중인 현지 합작도 성사되지 못하는 등 이런저런 조건이 맞지 않아 페트로브라스의 거리는 멀어지는 느낌이다. 

국낸 조선소 관계자에 따르면,“브라질 조선소들은 첨단기술이 들어간 드릴십 건조 능력이 없기 때문에 대한민국 드릴십 건조기술은 자국건조주의를 뛰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뒷받침해주듯, 브라질은 2020년 까지 해양플랜트 관련 250척이 더 필요한데 자국 조선소에서는 감당하지 못할 물량이다. 결국, 외국 조선소에 발주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며, 자국건조주의도 서서히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또, 연간 20여 척의 선박을 인도하고 있는 브라질 조선소는 기술력과 경험 부족으로 트랜스페트로의 물량을 제때 인도하지 못하고 있다. 마우아 주롱 조선소의 4만8천 톤급 유조선 인도지연으로 100만 달러의 위약금을 물었다. 브라질 최대 조선사인 EAS는 삼성중공업으로부터 기술지원을 받았는데도, 15만 톤급 유조선 건조에 2년이나 걸렸다. 참다못한 트랜스페트로는 이후 발주물량에 대해 발주 취소와 벌금으로 EAS를 압박하고 있다. 

결국 높은 기술력과 실적을 쌓은 노련한 외국 조선소에게 발주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조선소에게 다시 구애의 손짓을 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 조선사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과 인내심이다.

SEA&박민혁기자gogalbi@kami.kr 자료제공=페트로브라스 본사 홍보부

P-52 진수식, 룰라 대통령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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