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뉴스] 나만의 베스트 무비 / 11월에는 냉철함을 위해 : 브이 포 벤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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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member, remember. The Fifth of November.
브이 포 벤데타 (V for Vendetta, 2005)

2040년, 모든 국민들이 통제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영국. 이 때 브이(V)라는 이름을 가진 의문의 영웅이 나타난다. 셰익스피어와 블레이크를 인용하면서 간단하게 적을 제압해 버리는 브이는 마침내 감시와 통제, 폭력으로 얼룩진 독재정권에 맞서 국민들의 저항을 이끌어낸다.

제임스 맥티그 감독의 영화 <브이 포 벤데타>는 독특한 성격의 SF 스릴러다. <매트릭스>의 워쇼스키 형제(지금은 남매가 되었지만)가 각본과 제작을 맡으면서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개봉 당시 많은 관객들은 제 2의 매트릭스를 기대하며 영화관을 찾았다가 기대하던 액션은 없고 통제사회, 혁명, 정부가 국민을 두려워해야 한다는 각종 심오한 주제에 피로감을 느끼고 말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브이 포 벤데타>는 매혹적이고 진지한 SF 영화로 재평가되고 있다. 제목의 vendetta는 ‘피의 복수’라는 의미다.

 

영화의 관람 포인트를 추려보자. 먼저 주옥같은 대사들을 놓쳐서는 안 된다. 위트가 넘치고 지적인 주인공들의 대사는 이전의 어느 액션 영화에서도 볼 수 없었다. 단순한 액션 영화가 아니라는 말이다.

영화의 설정과 스토리는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현실과 너무 흡사해서 소름이 끼칠 정도다. 통제된 사회와 저항이라는 주제는 새로울 게 없지만 국회의사당 폭파장면에서는 영화적 상상력이 어떻게 현실을 반영하고 고민하게 만드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브이 포 벤데타>의 미덕은 전적으로 원작의 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앨런 무어가 글을 쓰고 데이비드 로이드가 그림을 담당한 동명의 그래픽노블이 원작인데 번역본이 출판되어 나와 있다. 워쇼스키 형제가 오래전부터 광팬이었다고 하는 작품이니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란다. 앨런 무어는 『왓치맨Watchmen』, 『프롬 헬From Hell』등의 작품으로 수많은 상을 받았으며 동시대 만화가는 물론 워쇼스키와 같은 영화감독들에게도 많은 영감을 주었다.

영화 <브이 포 벤데타>의 또 다른 관람 포인트는 배우들의 열연이다. 미스터리한 인물 브이 역의 휴고 위빙은 촬영 내내 가면을 쓴 채 연기를 해야 했는데, 표정 연기를 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목소리와 몸짓으로만 브이라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표현하고 있다. 가면을 쓰고도 이토록 엄청난 카리스마를 뿜어낼 수 있는 배우는 흔치 않다. 그의 연기는 시적이고 연민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휴고 위빙은 <반지의 제왕>에서 요정들의 지도자 엘론드 역을 맡았었고, <매트릭스>에서는 스미스 요원 역할을 맡았던 명배우다. 

이비 역의 나탈리 포트만도 만만치 않다. 삭발 투혼은 말할 것도 없고, 영국식 악센트를 완벽하게 구사하기 위해 기네스 팰트로와 함께 작업했던 언어학자로부터 개인 수업까지 받았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명장면인 국회의사당 폭파장면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차이코프스키의 ‘1812 서곡’과 함께 영화의 라스트를 장식했던 국회의사당 폭파 장면은 영화가 안겨줄 수 있는 쾌감의 극치다. 9미터의 빅벤과 길이 13미터의 국회의사당 세트를 만든 후 폭파시킨 결과물이라고 한다. 실제 국회의사당 모습을 담기 위해 촬영 스태프들은 밤 12시부터 새벽 4시 30분 사이에만 촬영을 허가받았다.

약속의 날, 무기력하게 보였던 사람들이 모두 브이의 가면을 쓰고 광장으로 모인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시민들이 행동에 나선 것이다. 앨런 무어와 워쇼스키가 선보이는 이 기괴하고 심오한 SF를 놓치지 마시라. 다음 달에는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가 있다. 인터넷을 보니 영화에 나오는 가이 포크스 가면 파는 데가 여러 군데다. 영화보고 가면 한 개씩 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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