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상인 비밀노트] 해운대구 반송2동 시장 '일성떡폐백' 김성훈·우섭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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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맛보다 철저한 계량화 '떡 레시피'로 새 맛 냈죠"

대를 이어 떡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김영한(제일 왼쪽) 사장 일가. 김 사장 옆으로 부인 정귀자 씨와 김우섭, 김성훈 형제가 갓 뽑아낸 가래떡으로 떡국떡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 김병집 기자 kbj@

유명한 맛집 주인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 있다. "우리 집 비법을 안다고 해도 똑같은 맛이 나지 않아요. 맛은 손에서 나오는 거거든." 바로 그 유명한 '손맛' 얘기다.

하지만 이런 손맛을 거부하고 하나에서 열까지 철저한 계량을 통해 음식의 일가를 이룬 이들이 있다. 부산 해운대구 반송2동시장 '일성떡폐백'의 김성훈(34)·우섭(32) 형제가 바로 "손맛보다 계량"을 외치는 주인공들이다.

일성떡폐백의 역사는 1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그 뿌리는 더욱 깊다. 김 씨 형제의 부친 김영한(60) 씨가 부친과 함께 부산 동구 좌천동에서 하던 쌀가게가 일성떡폐백의 뿌리다. 좌천동 산동네가 철거되면서 반송동으로 집단 이주를 해 온 것이 40년 전. 그 때부터 김 씨 일가는 이곳에서 반송 터줏대감으로 살아왔다.


부친 쌀 가게 이은 17년째 명성

인터넷에도 매장·젊은 층 흡수

"제조법 전수 교육학원 만들 것"


떡가게를 시작한 것은 17년 전 당시 40대 초반이었던 김영한 씨가 만학도로 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였다. 영한 씨의 부인 정귀자(57) 씨는 순전히 '학비를 벌기 위해' 당시로선 이윤이 적었던 쌀가게를 접고 떡집을 시작했다.

떡 제조 기술이 부족했던 정 씨는 1말 분량의 떡 주문이 들어오자 찜기를 다룰 줄 몰라 밤새 쌀가루를 전기밥통에 10여 차례나 찌는 등 시행착오를 거듭해야 했다.

하지만 쌀가게 시절부터 가져온 재료에 대한 자부심으로 인해 최고의 재료를 쓴 덕에 떡 맛은 조금씩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학비 마련을 위해 시작한 떡가게는 남편 영한 씨가 대학 졸업 이후 본격 가세하고 2000년 들어 아들 형제가 뛰어들면서 한 단계 더 발전했다.

손재주가 뛰어난 막내 우섭 씨가 유명 떡 장인을 사사하고 각종 떡 관련 강좌를 섭렵한 끝에 손기술을 익혔고 기획력이 뛰어난 장남 성훈 씨가 사업의 틀을 닦았다. 그 때부터 시작된 것이 철저한 계량화였다.

일반적인 음식은 요리를 하는 동안 조미료를 조금씩 추가하면서 맛을 볼 수 있지만 떡은 한 번 찌기 시작하면 완성품이 되기 전에는 맛을 알 수가 없기에 시작부터 철저히 계량을 해야 한다는 것이 성훈 씨의 철학이었다.

어머니 귀자 씨는 떡은 손으로 만드는 것이지 저울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고 했지만 아들 형제는 고집스럽게 계량화에 매달렸다.

성훈·우섭 형제는 소금을 전자저울에 달고, 물을 계량컵에 맞추면서 수많은 실험을 한 끝에 소위 '떡 레시피'를 완성해 나갔다. 이젠 누가 떡을 만들더라도 맛을 일정 수준 이상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단골들은 설탕과 소금의 함량을 %단위로 더하거나 빼달라는 요구를 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떡 레시피가 완성되자 성훈 씨는 동생 우섭 씨와 함께 새로운 디자인과 맛을 지닌 떡을 만드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떡케이크와 포장떡을 선보이자 젊은 층들이 새로운 단골로 떠오르며 매출이 늘어났다.

3년 전부터는 성훈 씨의 기획에 따라 온라인에도 가게(www.ilsungdduk.co.kr)를 열었다.

온라인에서는 단품과 대량주문 일색인 오프라인과는 달리 떡케이크와 선물용 떡세트 등 고급라인의 판매가 주를 이뤘다. 현재는 온라인에서 전체 매출의 30%가량이 이뤄지고 있다.

성훈·우섭 형제는 이제 그들의 가게 울타리를 넘어 떡가게를 확장할 꿈을 꾸고 있다. 흔한 프랜차이즈가 아니라 떡 제조 노하우를 예비창업인들에게 전수해 주는 교육학원을 만드는 것이 그들의 남은 꿈이다. 철저한 계량화를 통한 그들의 떡 제조방법은 아마도 이런 일을 하는 데 가장 걸맞을지도 모른다.

"교육학원을 만들고 나면 떡가게 '3대 세습(?)'을 위한 준비도 시작할 겁니다. 대를 이어 떡가게를 하는 전통을 만들고 싶어요." 이상윤 기자 nurum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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