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들이 할머니 자랑스러워할 때 가장 기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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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순 부산적십자사 전포3동 봉사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열심히 봉사하더니만 결국 상을 타네!" "우리 할머니 최고! 나도 크면 할머니처럼 봉사해야지."

최근 부산시청 강당에서 열린 대한적십자사 창립 제109년 기념 유공봉사자 시상식에서 부산적십자사 부산진구 전포3동 봉사회의 이강순(79) 봉사원이 최고 영예인 '적십자 봉사장 금장'을 수상하자 친구와 손자들이 기뻐하며 축하의 말을 건넸다.

이 봉사원은 1989년부터 25년간 3만 1천 시간을 헌신했다. 3만 시간은 매주 월~금요일 매일 5시간씩 23년간 봉사해야 달성할 수 있는 시간이다.

25년간 3만 1천 시간 헌신
적십자 봉사장 금장 수상
구포열차 사고 기억 '생생'

이 봉사원은 "봉사를 많이 하지 못했는데 이런 큰 상을 받게 돼 부끄럽다"며 겸손해한 후 "딸과 딸친구들이 맛있는 것도 사 주고 용돈도 주며 축하해 주었고, 특히 손자들이 자랑스러워할 때 정말 기뻤다"고 말했다.

1935년 경남 김해시 생림면에서 태어난 이 봉사원은 결혼 후 부산진구 전포동으로 이사 왔다. 당시 전포1동 반장인 남편의 권유로 새마을지도자로 나서 조기청소 등의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새벽 6시 동사무소에 모여 서면로타리 등을 청소했는데 거리가 깨끗해진 모습을 보면 마음까지 편안해 계속 봉사활동을 하게 됐습니다."

1989년 동료 봉사자의 권유로 부산적십자사 봉사원으로 가입해 혈액원 등에서 봉사활동을 이어갔다. 평소에는 혈액봉투에 이름표를 붙이는 일 등을 하다 대형 재난사고가 터지면 사고현장으로 달려갔다.

"1993년 발생한 구포열차 사고 현장은 너무 끔찍해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끼칩니다." 1999년 9월 황령산 절개지에 산사태가 발생했을 때에도 이 봉사원은 새벽 2시에 현장으로 출동해 수백 명의 구조대원과 피해자 가족들에게 식사준비 등의 봉사활동을 했다.

2002년 8월 태풍 루사로 인해 낙동강 제방이 붕괴했을 때에도 침수 현장으로 달려갔다. "아침 일찍 부산적십자사에 모여 버스를 타고 김해시 한림면에서 오후 6시까지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소방대원들이 물을 실어다 나르면 가구와 이불, 옷 등을 꺼내 정리하고 침수가옥 구석구석을 청소했습니다."

이 봉사원은 또 2000년부터 목욕봉사도 시작했다. "매주 2회 거동 불편 홀몸어르신이나 장애인의 집을 방문해 목욕을 시켜드렸습니다. 특히 체중이 많이 나가는 사람은 4~5명 달라붙어야 겨우 목욕차량으로 이동시킬 수 있을 만큼 힘든 일이었지만 어르신 등이 목욕 후 '아이고, 시원하다'며 행복해 할 때 보람을 느꼈습니다. "

이 봉사원은 2003년부터 7년간 전포3동 봉사회 회장을 맡아 봉사에 앞장서기도 했다. 이 봉사원은 "마음껏 봉사활동을 할 수 있게 이해해 준 가족들에게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임원철 기자 wcl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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