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편지' 10년… '감사에 중독된 사회' 계기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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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쓰는 남자' 강충걸 부산국제장애인協 사무총장

고은의 시에 김민기가 노랫말을 붙인 '가을 편지'가 흥얼거려지는 절기. 어쩐 일인지 낙엽 지는 가을이면 편지로 마음 한 자락씩 나누고 싶은 충동이 이는 것이다. 무려 1천여 명에게 10년째 매주 편지를 보내는 사람이 있다. 강충걸(64) 부산국제장애인협의회 사무총장이 바로 그 '편지 쓰는 남자'다.

"2004년 가을에 시작했으니 올해로 꼭 10년을 맞았군요. 올해는 매주 1천700여 통을 보내고 있어요." 편지 보낸 횟수만 따져도 1년에 52차례, 10년이니 무려 520차례다. 10년간 매주 1천여 통이면 모두 보낸 편지는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겠다.

매주 1천700명에 편지 보내
정서적 지원 중요성 알리기


강 총장이 편지의 힘을 빌리고자 한 건 장애인들에게 용기와 희망의 정신을 북돋아 주고 싶어서였다. 과거엔 물품 전달 같은 물질적인 지원이 위주였지만 경제적 풍요가 어느 정도 이뤄진 지금 무엇보다 정서적인 지원이 중요하다는 생각. 그는 "더 많은 사람이 감사하는 마음으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감사의 중독'이 나비효과를 일으켜 이 사회가 더욱 밝아지기 바란다"고 소망했다.

20대부터 모은 자기계발서 2천여 권을 읽으며 좋은 글귀와 명언을 수집하는 등 줄곧 지혜의 목소리를 찾아온 강 총장에게 소중한 책들이 편지 글감의 보물창고다. 감사의 편지를 손으로 쓴 뒤 이를 컴퓨터로 옮겨 일일이 출력해 편지봉투에 담아 보내는 게 예삿일은 아닐 것이다.

강 총장은 "생각해 보면 모든 것이 다 감사하다. 지구상에 수천, 수억 가지의 감사할 일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살아가면서 갖고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함을 깨달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감사의 내용은 다채롭다. '가족을 위한 감사의 말' '있는 것에 감사하라' '아픔을 감사하라' '내 마음속에 다이아몬드가 있다' 등등. 한 달에 한 번씩은 좋은 격언들을 수록한 '다이내믹 편지'도 함께 보낸다.

그는 "주로 주말 시간에 책을 읽고 좋은 내용을 더 많은 사람과 함께 공유하고 싶어 편지를 쓰는 것"이라며 "발송은 그 다음 월요일에 이뤄진다"고 했다. 분량이 많아 우편요금과 종잇값도 만만치 않다. 한때 중단 위기를 맞았지만 이름 모를 독지가의 도움으로 이를 극복했고, 지금은 많은 후원자가 생겨 자체 운용이 가능해졌다. 강 총장은 "감사의 편지를 읽고 실의에 빠진 이들이 새로운 삶을 살게 되거나, 편지를 모아 책으로 만들어 자식들에게 물려주겠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기쁘다"고 했다.

그는 시대에 발맞춰 오프라인 편지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SNS도 활용한다. 주말을 뺀 매일 아침 5시면 '아름다운 아침의 시'를 800명의 지인들에게 어김없이 보내 주고 있다. 그 내용 또한 삶에 대한 감사와 관련된 것이다. 가히 '감사의 전도사'라 할 만하다. 김건수 기자 kswoo33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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