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의회는 '전쟁 중'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지역 기초의회들에서 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 자리 등을 차지하려는 여야 또는 의원들 간 다툼과 눈치보기가 올해도 여전히 벌어지면서 민선 7기 지방자치가 출범 초기부터 삐걱거리는 등 진통을 겪고 있다.

부산 기초의회 중 사상 처음으로 '여소야대'가 된 북구의회는 개원 첫날인 2일 전반기(임기 2년) 의장과 부의장을 선출했지만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북구의회는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연) 김 모 의원을 의장에, 새누리당 윤 모 의원을 부의장으로 각각 선출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의원 5명은 부의장 선출 도중 회의장 밖으로 퇴장했다. 개원 전 여야가 합의한 의원이 아닌 다른 의원을 새정연 의원들이 부의장으로 지지하고 나선 것이 주원인이었다. 개원 전부터 북구의회에서는 '다수당이 된 새정연 의원들이 부의장을 제외한 의장과 상임위원장 세 자리를 모두 노린다'는 소문이 파다했고, 새누리당은 이를 저지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여야, 주요 보직 자리다툼
부산 북·남·영도구 의회 등
개원 첫날부터 '티격태격'


남구의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 1일 새누리당 의원 7명은 의장 선출 결과에 불만을 품고 부의장을 선출하기도 전에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이 때문에 의장으로 뽑힌 새누리당 이 모 의원과 새정연 의원들만 회의장에 남는 상황이 벌여졌다.

3일 오후 개원하는 영도구의회의 경우 부의장 자리를 누구에게 줄 것인가를 두고 새누리당과 새정연 의원들의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새정연 의원들은 개원 직후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선거를 연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기초의회의 여야 간 자리 싸움은 6·4 지방선거에서 야당이 선전함에 따라 두드러지고 있다. 그동안 부산지역 대부분 기초의회가 새누리당 독주체제 속에 여당 의원들이 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을 도맡았으나 야당 의원들이 점차 늘면서 중요 자리를 차지하려는 여야와 의원들 간의 기싸움이 거듭되고 있는 것.

북구와 남구, 사하구,부산진구 등 국회의원 선거구가 갑과 을로 나눠진 구의회에서는 같은 정당 의원들끼리도 의장 자리를 서로 차지하려고 다투는 모습도 포착되고 있다.

이 때문에 '풀뿌리 민주주의'를 지향하며 생겨난 기초의회의 필요성을 고려할 때 지역 현안을 논의하기 앞서 자리 싸움을 벌이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양미숙 사무처장은 "의장과 부의장 선출 등에 있어 토론과 협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데도 회의장을 퇴장하는 행태는 기득권을 놓지 않겠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구민을 대표하는 구의원들이 올바른 선출 기준을 정립하는 한편 지역 현안을 집중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한편 일부에서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독식하던 의회에 시민들의 변화 바람으로 야당 의원들의 진출이 크게 늘면서 생기는 기싸움과 상호견제 등 긍정적인 진통으로 보기도 한다.

김한수·장병진 기자 hangang@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