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 엄마 + 아들 + 딸'(4인 가구)도 한 형태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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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호숫가에서 캠핑을 즐기는 한 가족. 엄마는 텐트를 치는 아이들과 남편을 흐뭇한 눈길로 바라본다. '가족 사랑'을 주제로 한 대기업 광고의 한 장면이다. 실제로 '행복한 가족' 하면 대부분 이런 모습을 떠올린다. 자상한 아버지와 어머니, 사랑스러운 아이들. 그러나 현실에서 이런 전형적인 가족의 틀은 급격히 해체되고 있다.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부산지역의 평균 가구원 수는 2.66명. 1990년 이후 가장 주된 유형의 가구는 4인 가구였지만, 이제는 2인 가구가 대세가 됐다. 지난 1980년 4.0%에 그쳤던 부산의 1인 가구 비율도 2010년 23.4%로 6배 가까이 급증했다. 가구 분화와 노령화로 '1~2인 가족'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가족의 변화는 사회 변화와 맞물려 있다. 부산대 사회학과 김영 교수는 "만혼과 만산이 일반화 되면서 아이 낳기를 미루거나 포기하는 커플이 늘고 있다"며 "새로운 트렌드처럼 서구에서 유입된 '딩크족'이라는 말이 최근 비정규직 증가라는 노동시장 환경 악화와 맞물려 어찌 보면 한국에선 서글픈 가족상으로 자리잡은 셈"이라고 분석했다.

4인 가구 대세는 옛날이야기
노령화·분화·이혼 영향
싱글대디·싱글맘·딩크족 등
'1~2인 가족시대' 도래

자식 대신 애완견 키우고
남-남, 여-여 사랑하고…
혈연 넘어 '다양성' 수용해야


이혼이 늘면서 한부모 가정도 증가하고 있다. 2세대 가구의 대표적 형태로 여겨져 왔던 '부부+미혼자녀' 가구의 경우 지난 2005년 조사 때보다 11.4%가 줄었다. 대신 '아버지+미혼자녀'로 이뤄진 이른바 '싱글 대디' 가구는 10.7%, '어머니+미혼자녀'로 이뤄진 '싱글 맘' 가구는 6.4% 증가했다.

부산여성회 한부모가족자립지원센터 이인조 사무국장은 "한부모 가정을 심각한 결핍이 존재하는 가정으로 간주하는 결손가정이란 말은 이제 더 이상 쓰지 말아야 한다"며 "부부 간에 불화가 있거나 폭력이 난무하는 양부모 가정에서 자라는 것보다 한부모라도 관심과 애정이 충만한 가정에서 자라는 게 아이들 정서와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2011년 현재 부산·울산·경남의 가족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레즈비언 커플로 이뤄진 '여+여' 가구,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형제·자매처럼 10~20년을 한 집에서 동고동락해 온 사람들, 애완견을 자식처럼 사랑하며 키우는 딩크펫 가족, 입양한 자녀와 행복한 삶을 꾸려가는 부부. 혼인이나 혈연 관계로 이뤄진 전통적인 가족이 아니더라도 끈끈한 가족애를 자랑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계모, 계부에 대한 편견을 이기고 행복한 재혼 가정을 꾸려가는 '패치워크 가족'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결혼과 출산, 이혼과 재혼도 이제는 운명이 아닌 선택의 문제다. 덩달아 가족의 형태도 진화하고 있다. 그래서 본보는 새로운 가족상을 보여주는 기획 '新(신) 가족시대' 시리즈를 마련했다. 매주 금요일 우리 주변의 남다른 가족들을 발굴, 그들의 다양한 삶을 소개할 예정이다.

1면에 소개됐던 '여+여' 부부에 이어 다음달 7일, 두 번째로 소개될 가족은 한국 여성과 네팔의 남성 이주 노동자 부부다. 남편 랄 바하두르 비스트(38·경남 양산시) 씨와 세 자녀를 키우며 다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하유진(33·여) 씨는 "사회적 편견이 가장 견디기 힘들다"며 "일부에서는 아직도 '멀쩡한 한국 남자들 놔두고 왜 외국인이랑 결혼했냐'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잡은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는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거나 여전히 비뚤어진 시선으로 대하고 있다. 당연히 사회적 지원도 미비하다.

여성가족부 가족정책과 관계자는 "우리나라 전체 가구에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23.9%에 이른다"면서도 "아직 1인 가구나 동성 부부 가구에 대한 정책 입안은 준비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독신 가정'을 꾸리기로 결심하고 최근 부모로부터 자립한 한 30대 비혼자는 "아직도 결혼하지 않은 사람을 무슨 심각한 하자가 있거나 반사회적인 사람으로 치부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많은 싱글들이 열심히 일하고 기부도 하고 있는데 결혼해서 아이 낳는 것만을 사회에 기여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후진적이지 않냐"고 꼬집었다.

심층기획팀=이재희·박세익·이자영 기자 deep@busan.com



딩크족

'수입은 배이지만, 아이는 없다(Double Income, No Kids)'는 뜻으로, 자녀가 없는 맞벌이 부부를 일컫는 말. 여기에 '애완동물(Pet)'이란 말을 더하면 동물에게 정을 쏟는 맞벌이 부부 가정을 뜻하는 '딩크펫' 가족이 된다.


패치워크 가족

원래 패치워크(patchwork)는 조각천을 이어 붙여 한 장의 천을 만드는 수예를 말한다. 해체된 가족의 조각들로 재구성 됐다는 의미에서 좁게는 재혼 가정, 넓게는 여러 인간관계가 복합적으로 엮여 가족적인 유대감을 갖는 공동체를 뜻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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