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호텔 필요하다 할 땐 언제고”… 옛 미월드 ‘주거단지’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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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수영구 민락동 옛 미월드 부지에 생활형 숙박시설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안이 이달 말 부산시 건축위원회에서 심의될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인다. 부산시는 광안리해수욕장과 가까운 옛 미월드 부지 개발 방향을 관광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 잡았지만, 사업자가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주거용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큰 생활형 숙박시설 건립 카드를 꺼내들면서 당초 개발 방향과 목적이 퇴색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부산 수영구청은 지난달 30일 수영구 민락동 옛 미월드 부지에 지하 3층~지상 42층 2개 동 484호실 규모의 생활형 숙박시설을 건립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건축계획안을 부산시에 제출했다고 5일 밝혔다. 이 건축계획안은 사업시행사인 티아이부산PFV(주)가 올 6월 수영구청에 제출한 것으로, 시행사는 2019년 해당 부지를 사들인 뒤 생활형 숙박시설 건립을 추진해 왔다.

시행사 ‘생활형 숙박’ 계획 제출
규모 줄였을 뿐 작년과 구성 비슷
25일 부산시 건축위서 심의 예정
관광 기능 보완 취지와 달라 논란
주민 “특혜만 누리겠다고… 반대”
시행사 “아파트처럼 운영 안 해”


부산시에 따르면 이달 건축위원회 심의는 25일로 예정돼 있다. 이날 옛 미월드 부지에 대한 건축계획안 심의도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부산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부산시 건축위원회가 지난해 생활형 숙박시설로만 구성된 이 부지 건축계획안을 이미 한 차례 퇴짜 놓은 터라, 이번 심의에서는 어떤 결정이 나올지 주목된다. 부산시 건축위원회는 지난해 7월 이 부지 건축계획안 심의를 취소하고, 수영구청에 관련 서류를 돌려보냈다. 지난해 제출된 건축계획안에는 지하 3층~지상 42층 규모의 생활형 숙박시설 3동을 짓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데, 이번 계획안에는 3동에서 2동으로 줄었을 뿐 생활형 숙박시설로만 구성된 점은 같다.

당시 부산시 건축위원회는 심의 취소 사유 중 하나로 생활형 숙박시설이 민락유원지의 조성계획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2013년 인근 주거 환경과 관광 기능을 고려한 휴양형 숙박시설을 들이기 위해 민락유원지 조성계획을 ‘숙박시설’로 변경했기 때문에 생활형 숙박시설로만 구성된 현재 건축계획안이 이 같은 취지에 부합하느냐는 것이다.

15년 전부터 옛 미월드 부지의 조성 목적은 광안리해수욕장 인근 관광 기능을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 못 박혀 있었다. 앞서 2007년 1월 해당 부지가 ‘민락근린공원’에서 숙박시설 건립이 가능한 ‘민락유원지’로 성격이 바뀔 때 변경 사유는 “광안리해수욕장의 관광기능 보완과 시민복지 향상에 기여하기 위해 유원지로 변경”으로 명시됐다.

이어 미월드가 폐장한 2013년에는 해당 부지에 놀이공원과 같은 유희시설 대신 숙박시설을 지어 관광 기능을 강화하도록 했다. 2013년 3월 ‘도시관리계획(민락유원지) 조성계획 결정(변경) 및 지형도면 고시’에 따르면 민락유원지의 유희시설과 편익시설, 조경시설 등은 폐지되고, 휴양시설(숙박시설)로 조성 계획이 변경됐다. 고시 내용에는 “기정 유희·판매시설 위주의 동적시설을 인근 주거 환경과 관광 기능을 고려한 휴양시설(숙박시설)로 변경하기 위하여”로 조성계획 변경 사유가 명시됐다.

인근 주민들은 생활형 숙박시설 건립 계획이 부산시 심의를 코앞에 두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자 “최초 취지가 무색해졌다”며 반대 의사를 비쳤다. 민락동 롯데캐슬자이언트 비상대책위원회 김주범 위원장은 “애초에 이 부지는 특급호텔이 들어올 줄 알고 부산시가 용도를 변경해 준 것”이라며 “그런 취지는 온데간데없이 특혜만 누리겠다는 것 자체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사업시행사 측은 유원지에 생활형 숙박시설 건립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강조하면서, 해당 건물을 아파트처럼 운영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해 건축심의가 취소됐던 점에 대해 이번 심의에서는 부산시를 설득해 보겠다고 설명했다. 티아이부산PFV 관계자는 “숙박업으로 등록해야 한다는 점을 분양계약서상에도 명시하고 호텔에 필요한 시설을 갖출 계획”이라면서도 “분양자는 운영업체에 운영비를 내야 하기 때문에 스스로 그 비용을 감수하고 장기투숙을 하겠다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건축심의에 대해서는 “부산시를 설득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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