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천동 벚꽃 명소, 2024년 지나면 ‘벚꽃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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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봄철 꽃놀이 명소로 꼽히던 수영구 남천동 삼익비치타운 벚꽃길이 아파트 재건축으로 결국 ‘벚꽃 엔딩’을 맞게 됐다. 재건축조합 측은 어린이공원 등 조경녹지 공간에 벚나무를 400그루 가까이 심어 시민들이 꽃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5일 남천2구역 재건축정비사업조합 등에 따르면 수영구 남천동 삼익비치타운 단지를 가로지르는 벚꽃길과 아파트를 감싼 광안해변로 벚꽃길의 왕벚나무는 아파트 재건축에 따라 모두 제거될 전망이다.

삼익비치타운 재건축 본격화
벚꽃 472그루 2년 뒤 없어질 듯
벚꽃길 대신 녹지공간에 식재

1980년 삼익비치타운 아파트가 준공되던 때 함께 조성된 벚꽃길은 봄이면 분홍 꽃을 가득 피워내 전국적인 꽃놀이 장소로 사랑받았다. 삼익비치타운 아파트 단지 일대와 광안해변로 등 약 1.4km 길이 도로에 벚나무 모두 472그루가 심겨 매년 3~4월께 일명 '벚꽃터널'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재건축에 따라 지금의 벚꽃길은 사라지게 될 운명이다. 대신 재개발조합 측은 새롭게 조성되는 아파트 단지 내부 어린이공원 등 녹지 공간에 벚나무 389그루를 새로 심을 계획이다. 조합 측에 따르면 전체 중 270그루는 높이 약 5m, 직경 18cm 이상 크기 벚나무다. 새 벚나무는 현재 모습처럼 긴 도로를 따라 심기는 벚꽃길 형태로 조성되지는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재건축으로 뽑혀 나가는 벚나무는 다른 곳으로 옮겨 심기지 않는다. 벚나무의 수명은 50~60년인데, 42년 전 심긴 수목의 남은 수명이 길지 않은 데다 다른 곳으로 옮겨 심더라도 고사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말 재건축조합이 수영구청으로부터 사업시행인가를 받아 재건축이 본격화되며 벚꽃길이 언제까지 유지되는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재건축조합 측은 다음 재건축 절차인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뒤 이주와 철거가 본격화되면 벚나무 제거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사업시행인가 이후 관리처분인가를 받기까지 1년 6개월가량이 소요되고, 상황에 따라 짧게는 수개월에서 수년 더 걸릴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최소 2년간은 이곳에서 꽃놀이를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민들은 부산의 명소로 꼽히던 벚꽃길이 사라진다는 소식에 아쉬움을 드러낸다. 박 모(29·부산 수영구) 씨는 “바다 근처 벚꽃길이 흔치 않아 봄이면 꽃놀이를 즐기러 찾아갔었는데 곧 사라지게 된다니 너무 아쉬운 마음이다”며 “사라지기 전까지는 벚꽃이 필 때마다 꼭 찾아가 즐겨야겠다”고 말했다.

조합 관계자는 “워낙 변수가 많은 게 재건축 사업이기 때문에 언제까지 벚꽃길이 유지된다고 현재 확답하기는 어렵지만, 2024년 4월까지는 벚꽃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도로를 따라 꽃길을 만들지는 않지만, 아파트 조경시설이나 경관녹지 공간에 벚나무를 많이 심으면 사람들이 쉬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손혜림 기자 hyerims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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