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가 시설 관리한다며 뇌물 챙긴 국토부 관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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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 소속 진영국토관리사무소 공무원들이 터널과 도로 등 사회기반시설(SOC) 건설 및 관리를 담당하면서 조직적으로 뇌물을 받아 챙겨 온 사실이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경남경찰청은 진영국토관리사무소 소속 공무원 3명을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나머지 직원과 감리, 업체 등 90여 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국토부 공무원들은 터널·도로·교량의 설계·보수·관리 공사를 실제 낙찰업체가 아닌 하도급업체에 100% 몰아주거나 부실시공을 묵인하고, 허위 준공 서류를 내주는 대가로 뇌물과 취업 청탁 등 사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공무원들은 차 트렁크에 현금 뭉치를 보관하다가 경찰에 압수되기까지 했다.

개인 자동차서 현금 뭉치도 적발
‘뇌물 사슬’ 광범위하게 수사해야

경찰 수사 결과 73개 터널의 소방·환풍설비 공사를 무면허 설계업자에게 맡긴 사실도 확인됐다. 이런 부실 공사와 시공, 허위 준공 검사 등으로 경남 밀양의 한 터널에서는 승용차 화재가 발생했지만 화재 수신기와 스프링클러 시설이 작동되지 않아 피해를 키우는 사태마저 발생했다고 한다. 공무원이 받은 뇌물과 원청업체가 커미션으로 챙긴 30% 사업비를 제하면, 실제 공사비는 책정된 국가 예산의 절반 남짓밖에 투입되지 않은 셈이다. 매일 통행하는 터널 등이 이처럼 부실 공사인 사실이 드러나면서 시민의 불안감만 커지게 됐다. 도둑고양이에게 생선을 통째로 맡긴 격이니, 국토관리소가 아니라, ‘뇌물관리소’로 불려야 마땅할 지경이다.

국토부 공무원들의 범죄 사실을 보고 있노라면 억장이 무너진다. 시민 안전을 담보로 한 국가공무원의 ‘후진국형 범죄’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뇌물 수수와 취업 청탁 등 범죄가 발생한 때가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라는 점이다. 당시는 국토교통부 산하기관인 엘에이치(LH) 임직원들의 신도시 후보지 투기 의혹이 드러나면서 정권이 뒤바뀔 정도로 온 국민이 분노하던 시점이었다. 대통령과 국토부 장관이 28개 산하 기관 모두에 대해 ‘해체 수준의 환골탈태 혁신’을 발표하고 사죄하던 그 순간에도 국토부 공무원들은 눈먼 돈으로 제 주머니를 채우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윤석열 정부는 국가 SOC의 신뢰와 국민 안전을 내팽개친 이번 사태를 중대한 국가 범죄로 대응해야 한다. 경찰은 물론이고 검찰과 감사원까지 나서서, 진영국토관리사무소와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을 시작으로 연관된 모든 사람을 강도 높게 조사하고,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 국토부 내부 관리·감독과 통제 시스템 점검도 필수적이다. 무엇보다도 이번에 드러난 혐의는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국토부 국가공무원의 뇌물 수수와 부실 시공이 관행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과 여전히 존재할 수 있는 ‘뇌물 사슬’에 대해서도 전면적이고 강도 높은 수사가 시급하다. 며칠, 몇 년이 걸리더라도 철저한 수사와 처벌을 통해 국토부가 제대로 된 정부 부처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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