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청어 떼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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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시의 중앙부를 길게 파고들듯이 형성된 복잡한 리아스식 해안이 마산만(馬山灣)이다. 돝섬해상유원지와 마산해양신도시를 품으며 도심지 가장 깊숙한 곳까지 이어져 있는 천혜의 양항으로 꼽힌다.

그런데 지난달 30일부터 이곳 마산만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청어가 집단 폐사한 채 바다에 둥둥 떠다니고 있다. 2~3㎞ 걸친 마산만 해안 곳곳에는 길이 10~15㎝가량의 청어 폐사체가 부패하면서 악취까지 진동하고 있다고 한다. 떼죽음한 청어는 지금까지 수거한 것만 해도 80톤이 넘는다.

이렇게 많은 청어가 한꺼번에 마산만에서 떼죽음한 것도 전에 없던 일인데, 아직 그 원인마저 분명하지 않아 온갖 추측과 궁금증이 일고 있다. 기준치 이하의 어린 청어를 잡은 어선이 몰래 폐기했다는 추측부터 해양 오염 가능성에다 기후변화까지 거론되고 있지만, 뚜렷한 원인을 찾지는 못했다. 어선이 몰래 폐기한 것이라고 하기에는 죽은 청어가 너무 많고, 해양 오염 역시 다른 종류의 물고기는 멀쩡한 것을 보면 그 가능성이 작다고 한다. 청어 떼죽음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이 힘들어지자, 창원시는 원인을 밝히기 위해 결국 해경에 수사까지 의뢰했다.

폐사 원인이야 앞으로 해경이 밝혀내겠지만, 마산만을 뒤덮은 청어를 보면서 날씨가 추워지면 점점 맛이 차오를 청어 과메기 생각이 저절로 떠오른다. 과메기는 보통 11월께부터 청어의 내장을 빼고 반으로 가른 뒤 3~10일 정도 찬바람에 얼렸다 녹이기를 반복해 말리는데, 과메기라는 말은 청어의 눈을 꼬챙이에 꿰어 바람에 말린다는 뜻의 ‘관목(貫目)’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말린 청어 과메기는 구수하고 쫄깃한 맛이 미식가들의 군침을 돌게 한다. 한입 크기의 과메기를 초장에 찍어서 생미역에 싸서 먹거나, 여기에 묵은지나 깻잎을 얹어 먹는 방법도 있다. 많은 기름기와 특유의 비린내 때문에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는데, 와사비를 곁들이면 이를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선 임진왜란 때 수군이 청어 과메기로 부족한 식량을 보충했다고 하니, 그 역사가 꽤 오래된 듯하다.

어쨌든 겨울철 별미인 과메기의 원재료로 우리 연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청어가 이처럼 알 수 없는 원인으로 부산 인근 마산만에서 집단 폐사했다는 소식은 가볍게 볼 일은 아닌 것 같다. 근해 어자원을 위해서라도 재발을 막을 후속 조치가 있어야 하겠다.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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