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동백전, 공공서비스 플랫폼으로 거듭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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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한영 부산경실련 사무처장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최근 우리나라의 지역경제는 선순환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특히 비대면 환경의 확대와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 및 온라인 금융과 전자상거래의 확산으로 지역 내에서 순환되고 재투자되어야 할 자금들이 역외로 유출되고 있다. 지역화폐는 지역 소비자들의 자금을 소상공인에게 이전하는 것을 지원하고, 소비를 진작시키면서도 해당 지역의 자금이 역외로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여 지역 경제의 선순환을 촉진해 온 효과가 있어 각 지자체에서 선호하는 정책 중 하나다.

부산연구원은 동백전의 신규 소비 창출 효과가 투입 대비 2.56배에 달한다고 밝히고 있고, 대전세종연구원 역시 지역화폐의 지역경제 파급 효과 분석에서 소상공인 매출 증대와 저소득층의 여유로운 소비생활 등의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얘기하고 있다. 지역화폐가 지방분권 시대 전국 각지에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정부 지역화폐 예산 전액 삭감
자금 역외 유출 방지 목적 망각
소상공인 등 곳곳서 강력 반발
단순 결제 시스템에서 벗어나
동백전 활로 적극 찾아 나가야


그런데도 정부는 2020년 조세재정연구원의 ‘지역화폐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보고서, 즉 특정 지역 소비가 늘어나도 국가 전체적 경제 소비 증대 효과가 없다는 근거를 들면서 2023년 지역화폐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정부의 주장은 지역화폐 도입 취지를 모르는 소리다. 지역화폐는 자금의 역외 유출 방지와 국가 전체의 소비 증대가 아닌 부의 서울 수도권 집중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책으로 정부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벌써 논란과 갈등이 생겨나고 있다. 소상공인들은 연일 국회 앞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지역화폐 예산 삭감 방침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오히려 정부가 지역화폐 예산을 전액 삭감할 것이 아니라 지역화폐에 내재되어 있는 긍정적인 효과가 더욱 현저하게 발현되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지역균형발전을 촉진할 수 있는 정책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부산경실련과 부산시의회 기획재경위원회가 ‘지역화폐 그 위기 해법은'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 먼저 국회 예산안 심의를 통해 정부가 일방적으로 전액 삭감한 예산을 바로 잡자는 것이다. 다음으로 부산시가 내년도 동백전 예산을 예년 수준 정도로 확보하는 것이다. 인천시는 내년 지역화폐 예산을 국가 예산 확보와 무관하게 자체 예산으로 2000억 원을 편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부산시는 내년도에 발행 한도 월 30만 원과 캐시백 요율 5% 규모를 예상한다. 부산시가 올해 동백전에 투입한 예산이 1600억 원 규모인데 아무래도 올 예산보다는 작을 것으로 보인다. 2030엑스포 유치 등을 고려하더라도 소상공인, 자영업자와 서민들을 생각한다면 동백전 예산은 최소 예년 수준은 유지되어야 한다.

지역화폐는 예산이 마중물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정책이다. 일정 기간 국·시비에 상당 부분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지역화폐가 광역과 기초가 중층구조를 이룬다면 예산에 대한 부담은 훨씬 줄어들 수 있다. 현재 부산엔 이바구페이(동구)와 오륙도페이(남구)가 발행 중인데 모두 구비로만 지역화폐 예산을 충당하고 있다. 동백전이 동구와 남구의 지역화폐와 연계되지 못하고 있는 점은 매우 안타깝다.

눈여겨볼 대목은 나머지 14개 기초자치단체이다. 정부가 지역화폐 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있고 동구 남구가 순수 자체 예산만으로 지역화폐를 운영하다 보니 재정이 열악한 부산의 구·군들이 내년도 지역화폐 예산을 편성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지역화폐에 대한 가치와 효과를 본다면 기초단체에서도 조심스럽게 지역화폐 발행을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동백전은 국비 지원이 최소화되더라도 운영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진화되어야 한다. 광역과 기초단체 간의 중층구조를 비롯해 업종에 따른 캐시백 차등 지급, 특화 상품 개발과 소상공인 자체 할인정책도 개선해야 한다. 그리고 상인과 상인, 상인과 중소기업 간 동백전 결제가 가능하게 해 지역화폐가 일회성 소비가 아닌 지속적 순환 사용이 되도록 해야 한다. 다양한 부가서비스 탑재, 각종 정책 수당 연계를 통한 시민 편의 제고로 동백전이 단순 결제 시스템에서 공공서비스 플랫폼으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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