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연결고리’ 끊어진 이준석 고립무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고립무원’ 형국이다.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과 관련한 당 윤리위원회 심사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과의 ‘연결고리’로 여겨져 온 박성민 의원이 30일 대표 비서실장을 전격 사퇴하면서다. 이 대표와 친윤(친윤석열)계의 갈등이 연일 표면화되는 상황에서 당내 주류인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측의 ‘이준석 축출’ 움직임이 본격화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 의원은 이날 오전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일신상의 이유로 당 대표 비서실장직을 사임했다”고 밝혔다. 그는 전날 “더 이상 (이 대표를 위해)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는 것 같다. 도움도 안 될 것 같다”고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최근 심화된 이 대표와 윤핵관 측의 충돌 상황이 사퇴의 직접적인 원인임을 부인하지 않은 것이다.
‘친윤’ 박성민 대표 비서실장 사퇴
“윤 대통령의 ‘손절’ 의미” 해석도
지난 대선 직후 윤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사람인 박 의원이 이 대표의 비서실장으로 발탁되자 당내에서는 양측의 원활한 관계를 상징하는 시그널로 받아들였다. 그런 점에서 박 의원의 당직 사퇴는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과 연결돼 해석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손절’한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미 대통령실과 이 대표 측은 지난 주말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회동설을 놓고 진실게임을 벌이는 등 균열의 징후를 드러낸 바 있다. 여기에 최근 친윤계의 세 결집 움직임, 여기에 이 대표 주도의 혁신위원회 출범을 계기로 차기 총선을 겨냥한 양측의 당 주도권 다툼이 시작된 상황에서 다수파인 친윤계가 ‘이준석 고립 작전’에 들어간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 대표의 정치적 운명이 달린 윤리위 기류도 심상찮다. 당 안팎에서는 ‘당원권 정지’ 이상의 중징계가 내려질 것이라는 얘기가 적지 않다. 이와 관련, 이 대표의 성상납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은 이날 사건 핵심 인물인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를 상대로 참고인 조사에 들어갔다.
이날 경북 경주에 있는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 맥스터 현장 시찰을 간 이 대표는 박 의원의 비서실장 사퇴가 ‘윤심’이 떠난 것을 보여 준다는 해석이 있다는 질문에 “뭐 그런 해석은 가능하겠지만, 박 의원과의 대화에서 그런 내용은 없었다”고 답변했다.
앞서 이 대표는 이날 새벽 페이스북에 “뭐 복잡하게 생각하나. 모두 달리면 되지. 그들이 감당할 수 없는 방향으로”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자신을 옥죄어 오는 윤핵관 측과의 정면충돌을 예고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지만, 이 대표는 “개혁의 동력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전창훈 기자 j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