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빼고 다 올랐다” 배달앱 지우고 중고물품 내놓고… 눈물겨운 ‘짠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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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물가에 식비를 아끼고 작은 돈도 모으려는 ‘짠테크’ 열풍이 한창이다. 한 식당에 가격 인상 안내문이 붙어있다. 부산일보DB

월급은 제자리인데 물가가 급격히 치솟으면서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짠테크’(짠돌이+재테크) 열풍이 불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트렌드로 자리 잡았던 ‘보복소비’는 월급쟁이들에겐 옛말이 됐고, 한 푼이라도 덜 쓰고 더 모으기 위한 ‘짠내’ 나는 몸부림이 펼쳐지고 있다.

식당·배달음식 대신 도시락·집밥
“10원이라도 벌자” 영수증 앱테크
고물가에 ‘덜 쓰고 더 모으기’ 열풍

직장인 박 모(35) 씨는 올 4월 휴대전화에 깔려 있던 배달앱을 모두 지웠다. 배달비를 포함하면 한 끼 3만 원도 쉽게 넘기는 배달음식을 먹기 부담스러워졌기 때문이다. 대신 박 씨는 간소한 집밥 먹기에 매진하고 있다. 부족한 반찬은 주말마다 본가나 처갓집에 가서 조금씩 얻어 온다.

박 씨는 “점심시간에도 밖에 나가서 사 먹기가 부담스러워 이틀에 한 번꼴로 도시락을 챙겨 온다”며 “처음에는 눈치도 보였지만, 이제는 익숙해져 도시락을 먹는 사람들끼리 자연스럽게 사무실에 남는다”고 말했다.

BIFC 내 금융공기업에서 근무하는 정 모(38) 씨는 최근 푼돈 모으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여윳돈이 생기면 주식에 몰아넣기 일쑤였다. 안정적인 투자처라고 생각했던 주식은 연일 하락해 현금을 인출해 안방에 쌓아 놓느니만 못한 결과를 가져왔다.

정 씨는 최근 26주짜리 적금통장 7개를 만들어 매일 조금씩이라도 저축을 하고 있다. 정 씨는 “월급 통장의 잔고가 매일 줄어드니 불필요한 소비도 적어진다”며 “적극적인 투자보다는 월급과 저축의 소중함을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조 모(33) 씨는 요즘 중고거래에 푹 빠졌다. 몇 년 전부터 별생각 없이 사들인 명품 가방과 신발은 물론이고 방치해 뒀던 화장품이나 전자제품도 싼 가격에 내놓는다. 조 씨는 “과거의 내가 불필요하게 샀던 물건들을 업보라 생각하고 참회하는 심정으로 합리적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며 “중고거래가 의외로 중독성이 강하다”고 전했다.

‘디지털 폐지 줍기’라 불리는 앱테크도 열풍이다. 스마트폰의 각종 앱을 통해 소액을 꾸준히 모으는 것이다. 만보기 형태로 걷는 만큼 캐시가 적립되는 앱부터 퀴즈를 맞히면 포인트를 주는 앱, 사용기한이 임박한 기프티콘을 저렴한 가격에 사고 파는 앱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프리랜서인 김 모(30) 씨는 포털사이트의 영수증 리뷰 이벤트로 앱테크를 하고 있다. 점포를 방문한 뒤 영수증 사진과 리뷰를 올리면 포인트로 보상하는 서비스다. 처음 방문한 가게는 50원, 재방문한 가게는 10원을 지급하는 이 서비스는 오픈 1년 만에 이용 건수가 1억 4000만 건을 넘어섰다.

김 씨는 “큰돈을 모을 수 없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며칠 열심히 모으면 테이크아웃 커피값 정도는 벌 수 있다는 마인드로 앱테크를 하고 있다”며 “숨만 쉬어도 돈이 줄줄 새는 요즘 세상에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간단한 재테크를 꾸준히 한다는 생각에 내심 뿌듯하다”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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