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산재 사망자 80%가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서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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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월 부산 부산진구 한 철거현장에서 50대 노동자가 추락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50인 미만 작업장이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받지 않았다. 사고가 발생한 철거현장의 모습. 부산일보DB

지난해 산업재해 사망자의 80%가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1월까지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산재가 발생해도 유예기간이라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80%에 달하는 산재 사망사고가 법 적용을 받지 않는 상황에서조차 법 제정 취지에 역행하는 움직임이 정부와 여당에서 일어나자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3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산업재해로 인해 828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전년 대비 54명이 감소한 수치다.

사업장 규모별로 보면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670명이 숨져 전체의 80.9%를 차지했다. 5~49인 사업장이 352명(42.5%)이었고, 5인 미만 영세 사업장도 318명(38.4%)이나 됐다. 공사 금액으로 따져도 50억 원 미만의 소규모 현장에서 전체 사망 사고의 71.5%가 발생했다.

재해유형별로 살펴보면 ‘떨어짐’이 351명(42.4%)으로 가장 많았고 ‘끼임’이 95명(11.5%), ‘부딪힘’이 72명(8.7%), ‘깔림’·‘뒤집힘’이 54명(6.5%) 등으로 나타났다. 기본적인 안전수칙 준수로 예방 가능한 재래형 사고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부산의 한 건설업계 종사자는 “원청의 단가 후려치기, 공기 앞당기기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아직도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안전보다는 시간과 비용이 먼저”라며 “산재 사망사고의 온상인 소규모 사업장에 중대재해법 적용의 유예기간을 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2년 뒤에는 지금보다 더욱 거센 반발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대재해없는부산운동본부 이숙현 위원장은 “현행 중대재해법은 산재 사망사고의 40% 가까이 차지하는 5인 미만 사업장을 제외하는 등 그 자체로 사각지대가 많아 불완전하다”며 “어떻게 하면 법의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을 것인지,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법 적용은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법이 현장에서 뿌리내리기도 전에 법 취지를 왜곡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전개돼 안타깝다”며 “자칫 법이 누더기로 전락하지 않을까 앞으로의 상황이 더욱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5년간 부산지역에서 발생한 산재 사망사고는 2017년 57건, 2018년 64건, 2019년 53건, 2020년 55건, 2021년 54건 등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50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광역지자체는 경기, 경남, 경북, 서울, 충남, 부산 등 6곳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최근 시가 관리하는 사업장 30곳을 대상으로 중대산업재해 대응을 점검한 결과 190건의 개선사항이 발굴됐다”며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잦은 담당자 교체 등으로 사각지대가 발생해 안전보건관리 업무를 전문업체에 위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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