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명란에 담긴 스토리 발굴, 강력한 브랜드로 키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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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석 덕화푸드 CBO

기업에서 CEO(Chief Executive Officer·최고경영자), CFO(Chief Financial Officer·최고재무관리자) 등은 쉽게 볼 수 있는 자리이다. 하지만 최근 (주)덕화푸드에는 CBO라는 지역에서는 보기 힘든 직책이 생겼다. 여기서 B는 Brand다. CBO를 풀이하면 최고브랜드관리자인 셈. 덕화푸드는 1993년 창업한 이래 명란만 연구하고 제조하는 명란전문 기업으로 소비자들에게는 ‘덕화명란’으로 잘 알려져 있다.

기업 브랜드 관리자된 문화비평가
고서적 분석 조선 명란 개발에 한몫
명란 산업 다양한 계보 정리 작업

CBO가 된 김만석 이사는 “아마 부산에서 CBO라는 자리는 찾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런 자리가 필요한 건 그만큼 명란에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 이사의 이력은 매우 독특하다. 2005년 문화비평가로 등단했고 다양한 지역문화, 향토사에 대한 연구를 이어갔다. 부산을 대표하는 커피업체인 모모스커피와 함께 부산 커피의 역사를 정리하기도 했다.

다양한 측면에서 ‘부산’을 연구하던 중 김 이사는 2019년 덕화푸드 장종수 대표와 인연을 맺게 된다. 인연의 매개체는 ‘조선 명란’ 복원이었다. 지금 국내에서 주로 먹는 명란은 일본식 숙성절임 명란. 숙성절임 명란은 부산에서 태어났던 가와하라 도시오라는 사업가가 부산에서 먹은 명란의 맛을 잊지 못해 후쿠오카에서 명란젓을 개량해 만든 것이었다. 이 명란 제작 방법이 일본에서 인기를 얻었고 이 명란이 오히려 한국으로 역수출이 돼 한국의 주류 명란이 됐다.

하지만 원래 한국의 명란은 달랐다. 김 이사는 장 대표와 함께 다양한 고서적과 자료를 분석한 결과 ‘발효 젓갈’ 형태의 조선 명란 개발을 하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조선 명란을 만들며 김 이사의 능력을 높게 본 장 대표가 ‘삼고초려’해 김 이사는 덕화푸드의 CBO가 됐다.

김 이사는 “다양한 스토리와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덕화푸드에 매우 관심이 갔고 새로운 무언가, 로컬에 특화된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매우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CBO가 된 김 이사는 최근 ‘여사님들’ 유튜브 영상 시리즈를 선보였다. 김 이사는 “회사에서 일하는 여사님들이 최소 20년 이상 명란을 만든 장인들인데 이들의 인생은 덕화명란의 역사이기도 하다”며 “그동안 명란은 물론 다른 수산업계에서도 산업의 근간이 되었던 여사님들에 대한 관심이 너무 없었던 것 같아서 기획한 콘텐츠”라고 말했다.

김 이사는 또 다른 아이템도 기획 중이다. 부산 명란 산업의 계보를 정리하는 작업이다. 김 이사는 “부산에 명란 산업이 몰려 있다 보니 업체에서 일하다가 독립해 회사를 차리는 사례 등으로 다양한 계보가 있다”며 “부산의 명란 산업이 어떻게 성장했고 분화됐는지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는 앞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찾아 나설 계획이다. 김 이사는 “부산이 품고 있는 많은 이야기가 지역 기업들의 강력한 브랜드와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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