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석 신부 ‘섬김의 리더십’ 세상 바꿀 확실한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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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태석입니다 / 구수환

이태석 신부가 의료봉사를 하던 남수단 톤즈에서 청소년들의 정서 함양을 위해 브라스밴드를 만든 뒤 단원들과 함께 한 모습. 부산일보DB

‘이태석 신부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입니다. 행복한 사람은 돈이 많은 사람도 권력을 가진 사람도 아닌 많은 사람들이 그리워하는 사람입니다. 이태석 신부에 대한 그리움은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커져가고 그에 대한 사랑도 더욱더 깊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태석입니다>는 이태석 신부의 삶을 조명한 <울지마 톤즈>를 제작하며 만난 과정에서 느낀 점과 이태석 신부의 뜻을 잇는 제자들과 이태석 재단의 활동을 담고 있다. KBS PD로 30여 년간 현장을 누빈 저자 구수환은 이태석 신부가 오랜 내전의 땅 수단에서 펼쳤던 나눔과 희생에는 인간에 대한 사랑이 자리 잡고 있었다고 설명한다.

신부의 뜻 잇는 제자들과 재단 활동 담아
사랑과 나눔 실천한 그의 삶 들여다봐
신부 선종 후 ‘톤즈 마을’ 이야기도 전해
“행복한 사회 만드는 원동력은 선한 마음”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톤즈의 빛과 희망이었던 이신부에게서 세상을 바꿀 ‘섬김의 리더십’을 발견했다고 한다. 이태석 신부의 사랑에 감동한 이들이 나눔을 실천하면서도 오히려 부족하다고 말하는 그 겸손함을 통해 우리에게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우리를 그 삶으로 초대한다.

오랜 내전으로 수십만의 주민이 삶의 터전을 잃고, 남은 이들조차 극심한 궁핍과 고통 속에 살아가는 남수단 톤즈. 그곳에서 저자는 사랑과 나눔을 몸소 실천한 이태석 신부의 삶을 들여다보았다. 생전의 이태석 신부를 만난 적도 없는 저자는 아프리카 수단에서 가장 가난하고 보잘것없는 이들에게 끝없이 헌신하던 이태석 신부의 모습에 매료되었다고 밝힌다.

앞날이 보장되는 의사라는 직업을 뒤로 하고 살레시오수도회 소속 사제가 되어 아프리카 수단을 임지로 택해 열악한 환경을 사랑으로 가득 채운 이태석 신부. ‘톤즈에 콜레라가 퍼져 마을 전체를 뒤흔들고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아비규환이다. 구토와 설사로 탈진한 환자들이 실려 들어오고 발 디딜 틈 없이 꽉 찼다. 가족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뼈만 앙상하게 남은 환자들. 100여 명의 환자가 쓰러지고 죽어가자 이태석 신부는 병원 담벼락에 수액을 걸어놓고 혼자 뛰어다니며 환자를 돌본다.’

저자는 해지고 빛바랜 옷을 걸친 채 이태석 신부와 해맑게 웃던 아이들, 이 신부에게 특별히 사랑받던 한센인들의 10년 후의 이야기를 전한다. 전쟁으로 피폐해진 아이들의 정서를 치유하고자 이태석 신부가 만든 브라스밴드가 해체되고 돌보는 이들이 없어 황량해진 한센인 마을 사람들을 만나면서 저자는 이태석 신부 선종 이후 톤즈의 현재를 이야기한다. 이태석 신부는 갔지만 톤즈와 한센인 마을 라이촉에 이 신부가 쏟았던 사랑을 기억하고 실천하는 것이 이태석 신부의 뜻을 잇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이태석 신부는 가난과 내전의 참화 속에서 힘겨운 삶을 이어가는 톤즈의 아이들에게 의사, 기자의 꿈을 심어줬다. 이태석의 제자라 불리는 아이들은 예비 의사 40여 명, 저널리스트, 약사, 국영기업 공무원으로 성장했다. 그 과정에서 이태석 재단은 학비, 생활비 등을 지원하며 제자들의 든든한 후견인으로서 역할을 담당했다. ‘환자를 치료할 때면 신부님이 환자를 대하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신부님은 누군가 병실에 있으면 항상 인사를 합니다. 저도 그렇게 할 때면 저 자신이 신부님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신부님처럼 환자를 정성껏 돌보고 사랑으로 대하려고 합니다.’

이태석 신부가 사랑으로 키운 제자들은 세상에 그 사랑을 온전히 돌려주고 있다. 저자는 이태석 신부가 보여준 더할 나위 없는 사랑, ‘섬김의 리더십’이야 말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이라고 말한다. 이태석 신부가 톤즈에서 뿌린 사랑의 씨앗은 톤즈를 넘어 전 세계로 확대된다. 저자는 제자들과 수많은 ‘이태석들’이 이어가는 사랑의 릴레이를 관찰하면서 이태석 정신의 실천이야말로 세상을 바꿀 확실한 무기임을 강조한다. ‘선한 마음에는 내 것을 포기하고 내려놓는 희생이 담겨 있다. 희생은 진심으로 걱정하는 마음이 있어야 가능하다. 따라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선한 마음이 모이고 퍼져나간다면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이 책은 ‘이태석’의 삶을 자신의 삶으로 받아들이며 우리를 행복한 삶으로 안내하겠다는 저자의 새로운 희망을 담고 있다.

저자는 KBS 퇴직 후 이태석재단 이사장, 구수환PD 저널리즘스쿨 교장으로 이태석 신부의 뜻을 세상에 펼치고 있다. 남수단의 이태석 신부 제자들에게 학비를 지원하고 한국의 청소년에게는 이태석 정신을 알리고 있다. 구수환 지음/북루덴스/344쪽/1만 6000원.

천영철 기자 cy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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