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신냉전… 나토 ‘유럽에 군사력 대폭 증강’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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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등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들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의 프라도미술관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유럽과 북미 지역의 집단안보체제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대응으로, 냉전 종식 후 가장 강력한 형태로 군사력을 증강하는 데 합의했다. 이에 따라 더 많은 미군이 주둔할 예정이며, 전투기, 군함 등이 추가로 투입될 예정이다. 신냉전 시대의 ‘신호탄’으로 읽힌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대응
‘심각하고 직접적인 위협’ 채택
미군 주둔·신속 대응군도 확대
냉전 종식 후 가장 강력한 조치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나토 회원국 30개국의 정상들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정상회의 첫날 러시아를 ‘회원국의 안보와 유럽 대서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가장 가장 심각하고도 직접적인 위협’이라고 기술한 ‘전략개념’ 문서를 채택했다. 2010년 채택한 전략개념에는 러시아가 ‘파트너’로 돼 있었다.

나토는 또 전시에 대비해 전방에 군사 장비와 물자를 더 비축하고, 동부 지역에 배치된 전투단을 여단급으로 강화하며, 신속대응군(NFR)을 기존 4만 명에서 30만 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럽의 평화를 산산조각 냈고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가장 큰 안보 위기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이미 주둔 병력을 2만 명 늘린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유럽의 달라진 안보 환경’과 ‘집단 안보 강화’를 이유로 들며 나토 지역에 미군을 증원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폴란드에 미 육군의 유럽 지역 작전을 관할하는 제5군단 사령부를 상시 주둔할 계획이다. 또 영국에 F-35 스텔스기 2개 대대를 추가로 배치하고, 스페인에 주둔하는 구축함을 기존 4척에서 6척으로 늘리기로 했다.

정상회의에서는 지난 70여 년간 중립 노선을 지켜온 핀란드와 스웨덴을 초청해 양국의 나토 가입 절차를 시작했다. 이와 관련 로이터는 “이번 결정으로 두 나라가 미국의 핵우산 아래 놓이게 돼 수십 년간 지속돼 온 북유럽의 중립이 끝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나토는 아울러 전략개념에 처음으로 중국을 언급했다. 나토는 “중국의 명시적인 야망과 강압적인 정책이 우리의 이익, 안보, 가치에 도전한다”며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깊어지고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질서를 약화하려는 양측의 시도는 우리의 가치와 이익에 반한다”고 밝혔다.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희미해졌던 동서 경계선이 다시 나토 대 중국, 러시아 진영으로 나누어지는 모양새다.

나토 정상회의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예민하게 반응했다. 푸틴 대통령은 29일 카스피해 연안국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한 투르크메니스탄에서 “나토 회원국 지도자들은 자신의 패권을 확고히 하고 제국주의 야심을 드러내려 한다”고 비난했다.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에 대해서도 가입 자체는 문제 삼지 않는다면서도 “나토 군부대와 시설을 그곳에 배치하면 우리는 똑같이 대응할 수밖에 없으며 우리를 위협하는 영토에 대해 같은 위협을 가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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