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호국 발상지 ‘수영’의 정신이 널리 알려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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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수, 향토사 산책 ‘방향’ 발간

김옥계 장군의 장손(왼쪽부터)과 김부윤 부산대 명예교수, 김종수 씨가 ‘김가정방록’을 두고 얘기를 나누는 모습. 비온후 제공

“임진왜란 25의용으로 대변되는 수영의 올곧고 뜨거운 정신이 널리 알려지기를 바랍니다.”

‘수영 향토사 산책’인 <방향>(비온후)을 출간한 수영 토박이 김종수(73) 씨의 말이다. 그가 지난해 출간한 <정방록을 찾다>도 임란 당시 25명의 의병과 관련한 거다. 이번 책에 그는 그 책을 낸 뒤 전화 한 통을 받은 사연을 적었다. 전화를 걸어온 이는 김부윤 부산대 수학교육과 명예교수였는데 김 명예교수는 “집안 대대로 ‘정방록’ 원본을 보관해오고 있다”고 알려왔다. 김 씨는 눈이 번쩍 뜨였다. 원본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1986년 후 없는 것으로 치부
임진왜란 당시 25명 의병 중
김옥계의 ‘김가정방록’ 원본 확인
“지역사 자료 누락 경계해야”

‘정방록(旌榜錄)’은 임란 때 공을 세운 수영 25의용 개개인에게 발급한 25개의 공문서다. 사연은 이렇다. 지난해 책을 낼 때 김 씨는 2개의 ‘정방록’을 찾아 확인했다. 하지만 그것들은 모두 인쇄된 형태였다. 1986년 <남구향토지>에 독립운동가 이태길이 게재한 ‘김가정방록’ 원문과 번역, 그리고 25의용의 한 명인 최막내의 후손이 인쇄해 보관 중인 ‘최가정방록’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들 인쇄본과 달리 김 명예교수 집안이 보관해온 400~200년 전 ‘원본’을 보게 된 것이다. 김 씨는 3가지 문서로 이뤄진 ‘정방록’을 보고 가슴 뭉클했다. 그는 “1608년과 1809년에 작성된 이들 문서는 한국 호국 보훈의 발상지가 수영임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했다.

첫째 기이한 사연이 밝혀졌다. 이번에 원본을 확인한 ‘김가정방록’의 주인공은 25의용의 대장인 김옥계다. 그런데 김옥계가 김 씨의 조상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여기에 일제강점기의 아픈 사연이 숨어 있다. 김 씨의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25의용 제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할아버지가 가혹한 일제강점기에 어떤 해코지를 당할지 몰라 김옥계의 후손이라는 사실을 숨겼을 거라는 추측이다. 그래서 그 사실이 세월 속에 묻혔다는 거다. 하지만 ‘기리는 마음’이 이어져 손자인 김 씨가 후손이라는 걸 결국 확인하게 됐다.

둘째 ‘출신 김옥계’ 비명에 대한 풀이다. 수영 25의용단 25기 비석 중 맨 앞에 있는 김옥계 비석에만 유일하게 ‘출신(出身)’이 새겨져 있다. “무과시험 합격했으나 벼슬에 나아가지 못한 이가 ‘출신’”이라고 김 씨는 설명했다.

셋째 ‘김가정방록’은 1986년 <남구향토지> 게재 당시에는 알려져 있었으나 어쩐 일인지 그 뒤 없는 것으로 치부돼왔다. 지역사 연구와 자료 확보에 틈이 있다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거다.

김 씨는 “‘바를 정(正)’ 자가 들어 있는 ‘정(?)’ 자에는 ‘바르게 사는 삶’에 대한 엄중한 경종이 있다”며 “시대를 초월한 정방록의 그 정신을 새겼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수영의 대표 향토사학자 최한복(1895~1968) 선생의 <수영유사>는 일제 감시망을 피해 수영의 역사와 문화를 두루마기에 한 글자씩 새긴 피눈물의 기록”이라며 “그것을 수영구가 재발간했으면 한다”고 했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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