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장·차관에 여성 3명 발탁… ‘남성 편중’ 비판 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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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애

윤석열 대통령의 인사 기조가 크게 바뀌고 있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부터 ‘능력 중심의 인사’를 강조하면서 성별·지역별 할당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그런 윤 대통령이 26일 여성 3명을 교육부총리(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보건복지부 장관(김승희 전 의원), 식품의약품안전처장(오유경 서울대 약대 학장)으로 각각 발탁하면서 인사 패러다임이 전면적으로 전환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식약처장에 오유경 학장 지명
윤, ‘능력 중심 인사’ 근본 기조
‘남성 위주 내각’ 지적 받아들여
“남은 장·차관, 전부 여성” 지시


이 같은 변화는 지난 21일 한·미정상회담 직후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미국 워싱턴포스트 기자가 ‘지금 한국 내각은 남성 위주’라는 돌발 질문을 던진 것이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당시 ‘공정한 기회보장’을 약속하면서도 “지금 공직사회에서, 예를 들어서 내각의 장관이라고 하면, 그 직전의 위치까지 여성이 많이 올라오질 못했다”고 말했다. 장관을 발탁할 만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는 여성의 수가 남성에 비해 부족하다는 설명이었다.

이후 윤 대통령은 24일 국회의장단과의 만찬 자리에서는 “대통령실의 한 참모가 ‘여성들은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게 누적된다’고 했는데, 그때 정신이 번쩍 들었다”며 “공직 인사에서 여성에게 과감한 기회를 부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정치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시야가 좁아 그랬던 것 같은데 이제 더 크게 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윤 대통령은 남은 부처 장·차관을 임명할 때 전부 여성을 우선으로 고려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이날 인사에 곧바로 반영됐다. 이 같은 인사 방향의 재설정은 윤 대통령이 시대 정신으로 내세우는 ‘공정과 상식’에도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부터 능력 본위의 인사를 강조하며, 인위적으로 내각의 30%를 여성으로 채우려 했던 문재인 정부와의 단절을 선언했다. 그 때문인지 현재까지 임명된 16개 부처 장관 가운데 여성은 김현숙 여성가족부·이영 중소벤처기업부·한화진 환경부 장관 등 3명(19%)에 그쳤다. 하지만 박순애·김승희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 절차를 무사히 통과해 임명되면 18개 부처 중 5개 부처(28%) 장관이 여성으로 채워지게 된다. 이는 문재인 정부 첫 조각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윤 대통령이 고위직 인선에서 여성을 우선으로 발탁하겠다는 의지가 일회성으로 그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남성 편중인사와 관련해)국내외에서 받았던 지적, 야당과 대통령실 내부의 의견들을 차곡차곡 수렴해 변화의 계기를 마련한 것”이라며 “젠더 이슈에 대한 문제제기에 대해 논쟁하거나 설명하기보다는 행동으로 보여 드리는 것이 훨씬 좋다고 생각해서 오늘 여성 후보자들을 지명함으로써 지금까지의 질문에 대답하신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도 이번 인선에 대해 “윤 대통령이 여성이 유리천장을 뚫을 기회를 만들어 줘야겠다는 생각으로 임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윤 대통령은 앞으로 인사에서 여성 할당뿐 아니라 지역 안배까지 고려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전날 군 수뇌부 인사를 통해 전군 대장 7명을 모두 교체하면서 출신 지역을 서울, 경북(2명), 전북, 부산(2명), 충남 등으로 골고루 나누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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