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의 국무조정실장 내정을 둘러싼 당정 간의 갈등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윤 행장을 추천한 한덕수 국무총리의 뜻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당 원내 지도부는 이틀째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등 더 강경한 기류를 보이고 있다. 다만 인사권자인 윤 대통령과 맞서기보다 윤 행장을 고수하는 한 총리를 겨냥해 내정 철회를 압박하는 모습이다.

권성동 “망가진 경제정책 주역”
당, 한 총리 겨냥 지명 철회 압박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26일 인천 현장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윤 행장에 대해 과거 함께 일한 경제관료들의 평가라며 “독선적” “소신과 원칙 없이 문재인 정권 5년 내내 호의호식” “망가진 경제정책의 주역” 등 혹평을 쏟아냈다. 이어 “제가 물어본 당의 의원 100%가 반대한다. 당이 반대하는 인사를 왜 계속해서 기용하려고 하는지, 고집 피우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한 총리를 직격했다. 그러면서 권 원내대표는 “대통령실에서도 대체할 만한 인물을 찾아 나설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한 총리의 인사 권한을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뚜렷한 의사 표명을 하지 않고 있지만, 대통령실 내부적으로는 윤 행장 대안 찾기 수순에 들어갔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앞서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는 윤 행장이 문재인 정부 청와대 경제수석으로서 최저임금 인상, 소득주도성장 등 핵심 경제정책들을 주도한 인물이라는 점을 들어 ‘부적절 인사’로 규정하고, 대통령실과 한 총리 측에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다. 특히 권 원내대표가 전날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밝히며 제동을 걸었지만 한 총리가 인선 의지를 굽히지 않자 당내에서는 “정권교체에 뜻을 함께한 이들은 모욕감마저 느끼는 분위기”라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여권에서는 이번 인사에 대한 당의 문제 제기가 ‘상식적’이라는 점에서 결국에는 당의 요구대로 풀릴 것으로 보고 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윤 행장 인사와 관련, “총리가 함께 일하고 싶은 분”이라면서도 “여러 상황을 보면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 문제가 당정 간 갈등으로 비화되지 않도록 수위 조절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당정 간 불협화음은 전혀 없고 대통령과의 소통에 아무 문제가 없다”면서 “원내대표에 출마하며 건강한 당정 관계를 만들겠다고 말씀드렸다. 그 의미는 정부에 대해 할 말은 하는 그런 당으로 체질을 바꾸겠다는 것”이라고 했고, 이준석 대표 역시 이날 “당내에서 정부 측 인사에 대해 의견을 내는 게 일상적 상황이라 판단한다”고 말했다.

반면 여당 지도부의 공개적인 문제 제기에도 윤 행장이 임명될 경우 당정 관계에도 일정 부분 변화가 있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전창훈 기자 j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