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잇단 ‘투자·채용 보따리’ 경제난 극복 ‘동력’ 되나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국내 주요 대기업이 윤석열 정부 출범에 발맞춰 투자와 함께 역대급 규모의 채용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당시와 다르게 대기업이 한꺼번에 보따리를 푼 모양새를 놓고 재계 안팎에선 새 정부의 핵심 경제 기조인 ‘민간 주도 성장’을 적극적으로 부응하는 데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다.

SK·LG·포스코·한화 등 동참
10개 그룹 발표액만 1000조 넘어
반도체·배터리·바이오 등에 집중
향후 5년간 26만 명 이상 채용도
새 정부 ‘기업 프렌들리’ 정책 호응
대내외 경제 위기 극복 도움 기대

26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대기업은 향후 5년간 26만 명 이상을 신규로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대차와 롯데, 신세계, 두산 등의 일부 그룹이 신규 채용 규모를 확정하지 못해 빠진 점을 감안하면 실제 채용 규모는 40만 명 이상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여기에 이들 대기업의 대규모 투자와 채용에 따른 관련 분야의 고용유발 효과까지 감안하면 저성장 시대 진입과 주요 기업들의 공채 제도 폐지 등으로 얼어붙은 국내 채용시장에 순풍이 예상되는 분위기다.

이들이 풀 것으로 예상되는 투자 보따리 역시 1000조 원을 넘어선다. 삼성(450조 원)과 SK(247조 원), 현대차(67조 원), LG(106조 원), 롯데(37조 원) 등 5대 그룹을 포함해 포스코(53조 원), 한화(37조 6000억 원), GS(21조 원), 신세계(20조 원), 두산(5조 원) 등 지금까지 투자액을 발표한 그룹만 10개사가 넘는다.

이들 9대 그룹이 발표한 투자 예정액은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올해 우리나라의 본예산(607조 7000억 원)보다 400조 원 이상 많은 것이다. 또 지난해 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2057조 4478억 원의 절반을 넘어설 정도의 천문학적 규모다.

그룹별 투자계획을 보면 반도체와 바이오, 배터리 등 미래 성장 산업과 친환경 등에 집중돼 있고, 투자액의 절반 이상을 국내에 쏟아붓기로 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날 투자계획을 발표한 SK그룹의 경우 삼성그룹이 기존에 밝힌 투자 항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반도체 관련 분야에 전체 투자액의 약 60%를, 친환경·바이오 산업에 32%를 각각 투자키로 했다.

LG그룹도 배터리 관련 분야와 바이오 등 미래성장 분야에 전체 투자의 40%를 투입할 계획이다. GS그룹도 전체 투자의 40%를 신재생 발전 등 신사업과 벤처 분야에 할당키로 했다.

이번에 주요 그룹들이 밝힌 투자액 가운데 국내 투자 규모가 전체의 80%가 넘는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이미 삼성과 현대차, 롯데 등이 국내에 400조 원 이상 투자키로 한 가운데 SK(179조 원)와 LG(106조 원), 포스코(33조 원) 등도 이날 국내에만 300조 원 이상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대기업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투자·채용 보따리를 푼 것을 놓고 재계 안팎에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의 ‘기업 프렌들리’ 기조에 따라 재계도 투자 계획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한편에선 조 바이든 대통령 방한 중 미국 본토 투자 확대 발표에 이어 국내 투자를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분석도 있다. 채용을 놓고선 일자리 창출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대기업들의 잇따른 투자 발표에 대해 청와대 한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가 규제 개혁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기에 주력하고, 또 민간 주도 경제를 표방하니까 기업들이 이심전심으로 적극적인 투자 의사를 보이는 것 아니겠느냐”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경제연구원 조경엽 경제연구실장은 “코로나19와 고물가, 고금리 등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대기업들의 대규모 투자·채용은 위기를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이에 발맞춰 정부도 규제개혁, 노동개혁 등을 통해 국내 투자환경을 개선하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배동진·황상욱 기자 djbae@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