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 파고든 ‘이혼 예능’ 선 넘을까 ‘아슬아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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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왼쪽)과 티빙 ‘결혼과 이혼 사이’ 포스터. 각 방송사 제공

아이 앞에서 고성을 지르며 싸우는 부부, 아내에게 욕설을 퍼붓는 남편…. 이달 20일 첫 회가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결혼과 이혼 사이’의 장면들이다. 10개월 아이를 둔 한 남편은 아내에게 “생각이라는 걸 처 안 하나? 아메바냐?” 등의 폭언을 쏟기도 한다.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 이어
MBC ‘결혼지옥’ 티빙 ‘결혼과…’
고성·폭언 등 자극적 장면 잇따라

위기를 맞은 부부가 주인공인 예능 프로그램이 늘고 있다. 그간 이미 이혼한 ‘돌싱(돌아온 싱글)’을 조명한 예능은 있었지만, 부부의 이혼 고민을 다룬 예능은 새로운 흐름이다. 하지만 비슷한 콘셉트의 방송이 우후죽순 생기면서 방송사들은 갈수록 자극적이고 흥미 위주로 방송을 꾸며 문제가 되고 있다.

‘결혼과 이혼 사이’는 이혼을 고민하는 네 부부의 일상을 관찰하는 프로그램이다. 실제 이혼 경험이 있는 김구라와 이혼 가정에서 자란 작사가 김이나 등이 패널로 출연해 관찰 카메라를 보고 이야기를 나눈다.

이 콘텐츠는 위기에 봉착한 부부들의 속사정을 공개하는 과정에서 눈살 찌푸려지는 장면을 여과 없이 공개해 시청자의 우려를 사고 있다. 진행을 맡은 김구라 역시 “처음 부부들의 영상을 봤을 때 생각보다 수위가 높아 걱정했다”며 “날 감정들이 그대로 담겨서 많은 분의 관심을 받은 것 같다”고 했다.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도 비슷한 포맷이지만, 여기엔 전문가가 투입됐다. 주로 육아 문제를 다뤘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가 이혼 위기에 있는 부부들에게 해결책을 제시한다. 첫 회에는 산후우울증을 호소하는 안무가 배윤정과 축구선수 출신 서경환이 육아 분담 문제 등으로 다투는 모습을 다뤘다.

‘이혼 예능’의 원조 격인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는 지난달 시즌2를 시작했다. 그룹 유키스 전 멤버 일라이와 레이싱모델 출신 지연수 등 이혼한 유명인이 다시 만나 한 집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관찰하는 리얼리티다. 두 사람의 다툼을 옆에서 보던 어린 아들이 싸움을 말리거나 안절부절 눈치 보는 모습이 카메라에 담길 때면 아이의 정서를 우려하는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시청자 게시판에 올라오고 있다. 시청률은 6%대로 꾸준히 주목받고 있다.

이혼 예능이 쏟아지는 건 관찰 예능의 인기 지속으로 제작자들이 새로운 콘셉트를 찾아 나섰기 때문이다. 이혼을 금기시하던 사회 인식이 바뀐 영향도 크다. 다만 부부 갈등과 이혼을 예능 요소를 가미해 푸는 과정에서 부부 불화를 시청률 상승을 위한 전시로 치중하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대안과 솔루션을 찾아주는 사회적 가치가 우선되어야 하는 콘셉트인데 재미와 흥미가 강조되고 있다”며 “이혼이란 중대한 가정 문제를 예능적인 시각으로 다루면서 점점 문제의식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청자에게 자극적인 장면을 사전고지하거나 시청 연령을 조정하는 등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남유정 기자 honeyb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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