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준금리 잇단 인상, 고삐 풀린 물가 언제 잡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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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한국은행이 불과 한 달 만에 기준금리를 현재 연 1.50%에서 1.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한은이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올린 것은 2007년 7월과 8월에 이어 14년 9개월 만에 처음이다. 한은의 기준금리 두 달 연속 인상은 금융위기와 코로나19 사태로 지속된 저금리 시대가 완전히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6일 “올해 연말 기준금리가 2.25~2.5%로 올라간다고 보는 시장 예측치가 합리적인 기대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오는 7, 8월에도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커졌다.

10년간 지속된 저금리 시대 종식
취약 계층 충격 완화 방안 마련 시급

이 총재는 “당분간 물가에 중점을 두고 통화 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지속적인 물가 상승 압력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란 의미이다. 실제로 리터당 2000원을 넘어선 기름값 때문에 차를 집에 세워 두고, 장바구니 물가가 무서워서 시장 가기조차 꺼려질 정도다. 건설 현장 크레인이 멈춰서는 등 현장의 인플레이션 피해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 다음 주 발표되는 통계청의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글로벌 금융 위기 때인 2008년 9월 5.1% 이후 13년 8개월 만에 5%대가 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한은이 조사한 ‘기대인플레이션율’(기업·가계 등이 예상하는 미래의 물가상승률)도 3.3%로 10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기준금리 인상만으로 고삐 풀린 물가를 잡는 데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지금의 고물가는 국내 수요보다는 코로나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유가와 곡물, 원자재 가격 상승과 수급 불안정 등 속수무책인 면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 10년 동안 빚을 내 주식·부동산·코인 등에 투자한 20~30대 ‘영끌·빚투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빚내 투자한 사람)과 코로나 상황에 힘겹게 버텨 온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연쇄 파산 등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 수 있다. 우리나라 가계 빚은 현재 1860조 원을 넘어섰고,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는 6%대 중반까지 상승했다. 이는 가뜩이나 높은 물가에 빚으로 근근이 버티는 취약 계층의 삶을 더욱 팍팍하게 만들 수 있다.

이 와중에 59조 원에 이르는 추가경정예산도 조만간 시중에 풀릴 예정이어서 자칫 저성장·고금리·고물가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는 어두운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관세 인하, 긴축 재정 등 하이브리드형 정책 융합이 절실하다. 한국경제의 안정적인 성장 기조도 다지면서, 인플레이션 대책 마련에 전력을 쏟아야 한다. 정부는 불가피한 기준금리 인상 등 재정의 고삐를 죄면서도, 취약 계층과 자영업자, 기업을 보듬을 수 있는 세심한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인플레이션 대응과 함께 취약 계층 보호가 윤석열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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