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원 칼럼] 지방선거라는 아트페어, 그 흥행의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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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장

홍콩 아트바젤에 갔을 때 정작 놀랐던 건 ‘구름관중’이다. 개장 시간 훨씬 전부터 입구에 장사진을 치고 있는 관람객을 보면서 아트페어가 돈 많은 컬렉터만을 위한 게 아니라 미술축제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전시장에서 걸어 이동할 수 있는 바닷가 천막에 마련된 위성 페어인 ‘아트 센터럴’은 젊고 도전적인 전시로 축제의 공간을 확장했다. 사람과 장소, 작품 모두가 열려 있어 ‘가장 상업적이면서 가장 대중적인 아트페어’라는 아트바젤의 명성을 새삼 확인했다.

홍콩에 맞짱을 뜰 아시아 미술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게 아트부산이다. 5월 12~15일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열린 제11회 아트부산은 12일 VIP 프리뷰에 1만 2000명, 13~15일 일반 관람에 9만 명이 다녀가 관람객 수가 10만 2000명에 달했다고 한다. 올해는 예상 판매액 600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 746억 원의 판매 성과를 거뒀다는 게 주최 측의 집계다.

올해로 11회째 맞은 아트부산
축제의 대중성 진지하게 고민해야
 
지역민의 삶이 예술로 승화되는
정책·공약 겨루는 선거도 아트페어
축제의 화룡점정은 유권자 몫
투표로 삶의 질 제고에 나서야
 

아트부산 관람객의 한 사람으로서 홍콩 같은 열기가 이번엔 잘 느껴지지 않았다. 입구 풍경에서부터 흥행의 기미가 포착되지 않는다. 현장에서 작품을 산 뒤 들고 다니는 컬렉터의 모습도 좀 아쉽다. ‘비엔날레가 패션쇼라면 아트페어는 백화점’이라는 말도 있지만 아트페어는 쇼핑 그 이상의 축제여야 하지 않느냐는 인식 때문이다. 일반 관람이 허용된 날 일찍이 전시장에 들렀지만 이미 전날 VVIP, VIP 프리뷰에서 작품이 팔려 미처 관람할 수 없는 작품도 있을 거라는 데 생각이 미쳐서다. 전시장도 벡스코 한 곳뿐이다. 축제로서의 대중성을 아트부산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부산에서는 지금 또 다른 아트페어가 한창이다. 그것도 전국에서 동시에 열리고 있는 마켓이다. ‘삶이 곧 예술’이라는 존재미학의 눈으로 봤을 때 선거는 아트페어이자 참여민주주의의 축제가 아닐 수 없다. “예술이다”는 탄성을 자아내는 수준 높은 삶의 질을 선택할 수 있는 결정적인 순간이 선거이기 때문이다. 삶을 변화시키는 정책과 공약은 입후보한 출마자에게 육화한다. 그것도 4년에 한 번 서는 장이다.

6·1 지방선거는 ‘지금 여기’의 삶 그 자체다. 우리 동네를 바꿀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을 뽑고, 나아가 광역단체를 이끌고 감시할 단체장과 의원을 가린다. 지금 여기의 삶을 결정짓기에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이름이 붙는 게 지방선거다. 특히 소멸의 위기를 겪고 있는 지방으로서는 수도권에 맞설 강고한 연대가 필요하다. 그 중심에 부산, 나아가 부울경 메가시티가 자리 잡아야 한다.

선거를 닷새 앞둔 27일부터 이틀간 사전투표가 실시된다. 사전투표는 아트페어로 본다면 프리뷰에 해당하겠다. 하지만 다른 관람객에게는 작품을 구경할 기회도 주지 않을 수 있는 미술시장과 달리 사전투표는 아무리 많이 참여해도 후보와 공약이 사라지는 염려는 할 필요가 없다. 더욱이 코로나 팬데믹의 후유증이 가시지 않은 상황이어서 사전투표가 되레 쾌적한 투표권 행사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작품을 즐기고 선택하는 데 자유로운 아트페어의 장점은 십분 활용하는 게 좋다. 특정 갤러리에서 내놓은 작품이라 해서 믿고 바로 구매할 수 없듯 정당만 보고 ‘묻지마’식으로 후보를 고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처럼 정당 색깔이 파란색이든 빨간색이든 가리지 않고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는 인물을 선택하면 된다.

올해 부산 선거가 인신공격용 흑색선전보다는 정책과 공약 중심으로 차분하게 치러지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부산시장 선거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변성완 후보의 ‘글로벌 메가시티 중심도시’,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의 ‘시민행복 15분 도시’, 정의당 김영진 후보의 ‘월 1만 원 무제한 대중교통’이 유권자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부산시교육감 선거에서는 진보와 보수 교육감을 자처하는 2명의 후보가 ‘미래냐 학력이냐’를 놓고 맞붙었다.

기초자치단체로 가면 정책과 공약이 더 구체적이다. 정당마다 선거 판세의 우위를 주장하는 처지라 선거전은 갈수록 열기를 더한다. 그동안 지방선거 때마다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둘러싼 논란이 있어 온 게 엄연한 사실이다. 정당정치가 풀뿌리 민주주의에서도 풀뿌리인 기초선거에서는 작동하지 않아야 한다는 염원이 있기에 그렇다. 정쟁보다는 지역민의 삶에 충실해야 한다는 뜻이다.

삶이 예술로 승화될 수 있는 정책과 공약을 놓고 유권자의 선택을 받는 지방선거는 아트페어이자 축제다. 화룡점정(畵龍點睛), 그 축제의 피날레는 유권자의 선택으로 장식된다. 발 딛고 사는 우리 동네, 우리 부산의 미래가 시민의 손에 달려 있다. 삶이 예술이 되는 명랑한 부산 생활을 꿈꾼다면 투표장부터 찾을 일이다.

fores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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