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연의 주거안정] 빚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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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 부동산팀장

바다가 내려 보이는 근사한 집을 산 친구. ‘부럽다’부터 ‘나는 헛살았다’를 연발하는 나의 넋두리가 민망했는지 한마디 한다. “화장실 빼면 다 은행 꺼야!”

바다 조망의 멋진 집이 아니라, 언덕배기 구축이라도 집을 살 때 빚 없이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집값 중 순수하게 자신이 모은 돈은, 화장실 크기만 할 수도 거실 만할 수도 있다. 대개 집을 사면서 거액의 ‘빚과 함께’ 하게 된다. 그 빚이 레버리지(지렛대) 투자가 되길 간절히 바라며, 적어도 이자 이상은 오를 만한 곳을 찾는다. 혹여나 지렛대에 금이라도 간다면? 개인이나 국가나 부러진 지렛대는 상상도 하기 싫은 일이다.

정부가 DSR 규제를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가계부채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진단한 정부는 빌린 돈의 원금과 이자가 월급의 일정 부분을 넘지 않도록 규제하고 있다. 국민들이 빚을 낼 때 조금이라도 원금을 갚아, 지렛대 부실을 예방하자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수입이 많은 이들은 빚을 많이 낼 수 있고, 서민들은 대출이 막혀 집을 사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들을 위해 최근 5대 은행을 비롯해 금융권은 만기 40년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팔기 시작했다. 정부도 내년부터 소득이 크지 않는 청년과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만기 50년짜리 초장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검토하고 있다.

대출 만기가 늘어난 대출은 DSR 규제의 효과를 무력화 시키는 꼼수 같아 보이지만, 당장 집을 사려는데 자금이 부족한 이들에게는 반가운 부분도 있다. 하지만 대출 규모가 늘었다고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다. 만기가 늘었다는 것은 갚아야 할 이자도 늘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한 푼이라도 덜 내려면 선택을 잘 해야 한다. 요즘 대출할 때 가장 큰 난제는 고정과 변동 금리의 선택. 앞으로 계속 금리가 오를 것이니 고정이 낫다는 이도 있고, 길게 보면 변동금리가 낫다는 이도 있다. 상환 계획에 따라 유불리가 달라질 수 있어서 개인마다 정답을 다를 것이다.

하나 기억할 점은 중간에 고정이나 변동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 대부분의 은행은 별도 수수료를 받지 않지만, 한국주택금융공사를 통한 보금자리론이나 디딤돌대출 등은 수수료가 발생한다. 중간에 상환할 여력이 있다면, 중도상환수수료 조건도 잘 살펴야 한다. 대개 3년 이내 빚을 갚으면 중도상환수수료가 발생하는데, 일정 금액 이하로 상환하면 수수료가 없는 대출 조건도 있다.

‘원금균등상환’과 ‘원리금균등상환’도 미리 따져보자. 원금균등상환은 원금이 줄기 때문에 갚아야 할 이자의 총액이 적다. 원리금균등상환은 매달 상환액이 같지만, 원금균등상환보다 이자를 많이 내야 한다.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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