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모순 가득한 인도’ 그 역설을 마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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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히 인도 / 하진희

“인도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고생이 눈앞에 펼쳐진다. 캘커타의 먼지 구덩이 속을 뚫고 전진해 가야 하고, 지저분한 기차역에서 한두 시간을 기다려야 하고, 매일 손빨래를 해야 하고…. 사서 고생한다는 말이 딱 맞다.”(프롤로그에서)

그렇다. 인도는 사서 고생하는 여행지이다. 그러나 누구나 한번쯤 가 보고 싶어하는 곳이다. 하지만 아무나 가는 곳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의 로망 여행지이면서도 물리적·심리적 거리가 먼 곳이 인도이다.

이 책은 인도 국립 비스바바라티대학에서 미술사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인도미술사학자인 저자가 30여 년간 매년 한 번 이상 인도를 드나들며 인도의 문화와 정체성을 관찰·연구한 인문 여행 에세이이다. 책은 인도인의 하루, 표정, 무언의 의미 등 아주 미시적인 것에서부터 일상 속 신, 음식, 종교, 건축물, 예술에 이르기까지 점차 시야를 넓혀 인도를 통째로 관통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인도 여행을 통해 거창한 의미를 추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인도에서 즐기는 것은 그저 아무 생각 없이 걷고, 기차를 타고, 새소리를 듣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해질녁 공터에서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를 들으며 기분이 좋아지고 작은 서점에 들러 읽을 줄도 모르는 뱅골어 동화책을 뒤적이며 무료한 시간을 보낸다.

알면 알수록 이질적이고 이해 불가하며 모순으로 가득한 인도. 이런 모순 덩어리 세상이 바로 그들의 삶인 것처럼 보이지만 다시 들여다보면 그 반대의 역설이 존재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 삶에서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지점이다. 하진희 지음/책읽는고양이/408쪽/2만 2000원.

윤현주 선임기자 hoh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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