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이름 뗀 예탁원… 기재부 ‘균형발전 역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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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을 금융중심지로 육성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약속이 대선을 앞두고 도마에 올랐다. 임기 내 공공기관 2차 이전을 포기한 데 이어, 이미 이전한 한국예탁결제원마저 공공기관에서 해제되자 거센 저항이 일고 있다.

주요 여야 대선후보들이 앞다퉈 추가 공공기관 이전을 약속하는 마당에 갑작스레 예탁결제원 공공기관 해제 소식이 전해지면서, 부산 정치권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공공기관 2차 이전 무산 이어
금융중심지 육성도 ‘희망고문’
여야 대선주자 공약과 엇박자
“본사 껍데기만 남겨선 안 돼”
정치권까지 파장 확산 분위기

지난달 28일 결정된 기획재정부의 예탁결제원 공공기관 해제(부산일보 2월 2일 자 1면 등 보도)는 현 정부의 지지부진한 공공기관 2차 이전과 맞물려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해 11월 김부겸 국무총리는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내 사실상 공공기관 2차 이전이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잔뜩 기대감만 부풀려 놓고는 결국 ‘희망고문’에 그쳤다는 비판이 거셌다.

이런 상황에서 예탁결제원이 슬그머니 공공기관에서 해제되면서 불만 여론에 불을 끼얹었다. 현재 예탁결제원은 관련법에 따라 공공기관 해제 이후에도 부산 본사, 지역 인재 채용 등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지역의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한다. 이에 해당 기관의 임의적인 조치 대신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 야권은 현 정부의 태도에 우려를 나타내는 동시에 여권을 겨냥해 공세를 취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서병수(부산진구갑) 의원은 3일 “언론 보도로 해제 사실을 전해 듣고 급히 진행 상황을 확인했다”며 “그 결과 탈공공기관 과정에 ‘꼼수’가 작용했다는 제보가 있어 사실을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서 의원은 “부산에 ‘본사 껍데기’만 남겨 놔서는 안 된다”며 “다음 주 상임위원회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200여 곳의 공공기관을 추가로 지역에 이전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도 KDB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공약으로 내세우는 등 공공기관 이전이 대선 이슈로 부상한 모습이다.

이처럼 주요 후보의 공약과 달리 예탁결제원이 공공기관에서 해제되면서 ‘역주행’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국민의힘 부산선대위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말과 행동이 다른 여권에 더는 균형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여권은 이번 사안에 대해 당혹해하면서 긴급히 진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가덕신공항, 메가시티, 경부선 지하화 등을 통해 부산·울산·경남(PK)에 들였던 공이 한순간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위원장은 “상황을 좀 더 정확히 파악해볼 것”이라며 “공공기관에서 해제되더라도 지역으로 이전한 이유가 퇴색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부산 시민단체는 여야를 떠나 지역 정치권이 한뜻으로 대응하기를 촉구했다. 박인호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상임의장은 “오랜 시간이 지나면 결국 서울화가 촉진되는 등 공공기관 해제에 따른 문제가 드러나게 된다”면서 “여야 정치권은 대선에만 몰두할 게 아니라 이 같은 지역 현안부터 챙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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