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안 해요” “PCR 비용 10만 원”… 새 방역체계 ‘불안한 출발’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동네병원 검사 첫날 ‘우왕좌왕’

“동네병원에서도 코로나19 검사가 된다더니 막상 가능하다는 곳은 없던데요.”

3일 오전 10시께 부산 연제구 연산동 연제구보건소에서 신속항원검사 대기 줄에 선 강 모(82) 씨가 말했다. 강 씨는 이날 오전 설 연휴 가족들이 다녀간 이후 목이 아파 부산시가 코로나19 검사가 가능하다고 공지한 호흡기전담클리닉 가운데 한 곳을 찾았다. 그러나 병원에서는 준비가 안 돼 신속항원검사는 어렵다며 검사를 거부했다.

부산 35곳 호흡기전담클리닉
준비 안 돼 검사 거부 등 곳곳 혼선
일부 고가 검사비 시민 불만 폭증
시 “미비점 파악해 개선하겠다”

동네 병·의원 검사·치료 참여가 예고된 첫날인 3일 시민들은 천차만별 진료비와 부산시 공지와 달리 검사를 거부하는 병원들로 혼란스러워했다. 새 방역체계가 도입된 의료현장도 보건당국으로부터 미리 고지받지 못하거나 준비를 하지 못해 혼선을 빚었다. 동네 병·의원의 방역 참여로 확산세를 잡겠다는 정부 지침이 ‘탁상공론’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정부는 이날부터 동네 병·의원에서 코로나19 검사와 치료를 본격적으로 시행한다고 밝혔다. 새 방역체계에 따르면 기존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행하던 PCR(유전자 증폭) 검사는 고령층, 밀접접촉자,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이 나온 사람 등 고위험군만 받을 수 있게 된다. 15분 안팎에 검사 결과가 나오는 신속항원검사는 동네 병·의원과 보건소에 설치된 별개의 부스에서 이루어진다. 확진자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동네 병·의원과 보건소가 역할을 분담해 고위험군 중심의 관리체계를 이루겠다는 취지다.

동네 병·의원의 방역 대응 참여로 보건소에 쏠리는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이날 보건소 선별진료소는 평소보다 더 붐비는 모습이었다. 이날 연제구보건소에는 오전 9시부터 시작된 대기 줄이 오후가 되도록 100m 넘게 이어졌다. 연제구 부산시청 선별진료소에는 점심시간 동안 미리 와 대기하는 사람들만 200명이 넘었다.

시민들은 준비되지 않은 동네병원의 코로나 검사 시스템을 비판했다. 천차만별 다른 진료, 검사비가 대표적이다. 정 모(21·부산진구) 씨는 “회사 제출용으로 코로나 검사를 받으려고 병원에 문의했더니 신속항원검사비만 6만 원, PCR 검사는 12만 원을 내라고 해 보건소를 찾았다”며 “정부가 진료비가 5000원이라고 고지했는데 간이검사에 이만큼 큰 금액을 부담해야 하면 누가 동네병원에 가겠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부산시 홈페이지에 공개된 35곳의 호흡기전담클리닉에 확인한 결과, 병원마다 제각기 다른 진료비와 검사비를 제시했다. 진료비는 최대 2만 원, 신속항원검사비도 무증상 시 최대 12만 원까지 제시하기도 했다. 의원, 병원, 종합병원 등의 분류에 따라 적용되는 의료수가 등이 다른 탓이라고 병·의원들은 해명한다. 무료로 검사와 진료가 이뤄지는 보건소와 비교할 때 병·의원의 높은 검사비는 시민들에겐 큰 부담이다.

신속항원검사 시 양성으로 확인되는 경우 받아야 하는 PCR 검사비도 부담이다. 보건소 선별진료소의 경우 무료이지만 일반 병·의원의 PCR 검사비는 10만 원을 웃도는 고액이다.

의료현장에서도 하루아침에 도입된 새 방역체계를 숙지하지 못한 모습이다. 강서구 A병원 측은 “병원에는 현재 신속항원검사 키트도 없는 상황이어서 관련 검사를 전혀 시행하고 있지 않다”며 “부산시 홈페이지에 지정병원으로 올라간 것은 아무런 논의 없는 부산시의 일방적 조치다”고 말했다. 343개 전국 동네 병·의원이 3일부터 코로나19 검사와 진료에 참여한다는 정부 예고와 달리 현장에서는 혼란이 이어진다.

논란이 확산되자 부산시는 미비한 점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조규율 부산시 보건위생과장은 “일선 병원에서 신속항원검사를 시행하는 첫날이라 일부 혼선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부산시 차원에서 미비점을 파악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변은샘·김동우 기자 iamsam@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